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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Jun 26. 2022

가만히 들어주는 것

오늘 친구랑 이런 저런 통화를 하면서 새삼 달라진 나를 느꼈다.


그 친구가 고민을 털어놓았는데, 한참을 듣고 있었다. 



예전에는 그러지 않았다. 누구든, 그 사람이 안고 있는 문제가 무엇이든, 나는 대화 중에 머리를 굴리며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고는 그에게 내가 생각하는 해결책을 강하게 제시했다.



내 제시안이 잘 먹혀들지 않으면 여러 근거를 제시하며 집요하게 설득했다. 내가 솔루션을 제시해 주고 싶었다. 내게 그런 고민을 이야기한 거니까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의외로 그런 접근에는 부작용이 따랐다. 나도 상대방도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때로는 상대방 스스로 해결책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 해결책을 내게 넌지시 이야기하여 내 동의를 구하려는 의도도 있었는데, 난 그것도 모르고 내 관점에서 열심히 솔루션이랍시고 설득을 했던 것이다. 



내 주장을 최소화하고 일단 듣는다.


상대방이 한숨을 쉬거나 대화가 끊어지더라도 그 침묵을 어색해하지 않고 같이 침묵해 준다.


그 과정에서 묘한 하모니가 형성된다.



어색한 침묵 속에서 상대방은 스스로 생각을 정리한다. 스스로 정리가 되어야 본인도 설득이 된다.



예전에 '비를 맞고 있는 사람을 위해 꼭 우산을 씌워주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같이 비를 맞아주는 것도 큰 위안이 된다'는 글을 보고는(화성남자 금성여지). '거 무슨 개소리여~'라고 했었는데, 아니더라. 같이 비를 맞아주는 일도 큰 의미가 있다는 걸 이제서야 느끼고 실천에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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