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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Jun 30. 2022

제가 소중한 사람이 된 것 같네요

#1


“앗차차, 그 서류를 두고 나왔네.”



오늘 사무실을 옮기면서 기존에 있던 공유오피스에서 6시쯤 퇴거했다. 출입키도 다 반납. 옮겨간 사무실에서 짐을 챙기다 중요한 서류 하나(의뢰인으로부터 받은 서류)를 책상 서랍 안에 두고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챙긴다고 챙겼는데 에구 내 정신머리하고는.



직원들은 다 퇴근했고, 해당 공유오피스 쪽도 연락을 받지 않았다. 내일 바로 확인해야 할 서류라 밤에서라도 찾아와야앴다. 하지만 공유오피스 담당자도 없고 출입키(내 방키 포함)도 없는데



#2


아, 맞다!


저녁 7시쯤에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께서 해당 층을 돌면서 청소를 하시는데 그때 마스터키를 들고 방문을 열어서 청소하시는 것을 자주 봤었다. 



시계를 보니 오후 6시 반. 나는 서둘러 전 사무실인 공유오피스 7층으로 달려갔다. 조금 기다리니 역시나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가 도구를 챙겨서 오셨다. 어찌나 반갑던지.



#3


그 아주머니와 이야기를 하고 지내는 사이가 된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그 날도 저녁 7시 넘어서 내 방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청소하시는 분이 들어오셔서 청소를 하시다 내게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말씀허셨다.



“저기... 제가 목이 말라서 그런데...저 밖에 있는 물 한잔 먹어도 되겠습니까?”



나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됐다. 공유오피스에는 공용공간이 있고 거기엔 냉장고와 정수기, 커피머신까지 있기에 입주사 사람들은 언제라도 물이나 음료수, 커피를 먹을 수 있었다.



#4


“공유오피스 측에서 못 먹게 하나요?” 라고 여쭤보니 “그건 아닌데, CCTV도 있고, 청소하는 사람이 저기서 뭘 먹으면 눈치 보이고 미안해서요.”라고 말씀하셨다.



하기야, 공유오피스측에서 그렇게 빡빡하게 굴 리가 있나. 하지만 아주머니의 그 말씀을 듣고 보니 주눅이 드신 것 같아서 마음이 짠했다.



나는 바깥으로 나가 정수기 물에 얼음을 섞어서 한잔을 드렸다. 


그 이후로 아주머니를 뵐 때마다 내가 따로 내 방 냉장고에 있는 음료수나 홍삼액 등을 드리곤 했다. 그러다보니 서로 친해졌다.



#5


난 구세주를 만난 양 너무도 기쁜 표정으로 “아이구, 천만 다행입니다. 저기 마스터 키 있으시죠? 제가 제 방에 서류를 놓고 나왔는데 그게 꼭 필요해서요.”



그러자 아주머니는 선뜻 마스터 키로 내 방 문을 열어주셨고, 나는 그 사류를 서랍에서 찾을 수 있었다.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드렸더니 아주머니가 환하게 웃으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러시니 제가 아주 소중한 사람이 된 것 같네요. 호호”



#6


난 그 말을 듣고 마음 한켠에 묘한 울림이 있었다. 



소/중/한/사/람 



이라는,  일상적인 대화에서는 잘 쓰지 않을 법한 단어가 튀어나온 것이다.


동시에 지난번 물 한잔 먹기도 조심스러워하시던 모습과 오버랩 되었다.



#7


“저, 오늘부로 여기서 나갑니다. 인사드릴게요. 건강하세요.”



“아이구, 아쉬워서 어떡하노? 사장님, 딴 데 가서도 돈 많이 버시고 번성하세요.”



환하게 두 손을 모으시면서 ‘내가 소중한 사람?’이라고 말씀하시던 그 표정이 진하게 뇌리에 남는다.



그 분들이 바로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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