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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Aug 24. 2022

마음의 그릇


<마음의 그릇>


#1


김 사장은 사업을 운영하다 크게 부도를 내고 형사처벌까지 받았다. 2년간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사회로 복귀허여 재기를 노렸다. 마침 누군가 좋은 제안을 해서 그와 동업을 꾀하면서 계약서 작업을 위해 나를 찾아왔다. 


#2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김사장은 과거의 인연들에 대해 거침없는 독설을 퍼부었다. 내가 그들을 어떻게 챙겨줬는데, 막상 내가 형사처벌을 받게 되자 전부 나를 떠나버리고 모른 척 했다, 몸이 힘든 것은 참을 수 있으나 배신감이 나를 너무 힘들게 햇다, 하루 빨리 재기해서 나를 모른 체 했던 그들에게 복수하고 싶다 등.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만 했다. 하지만 복수심이 계속 마음에 있으면 객관적인 판단을 하기 힘들어 지고 무리한 결정을 할 수도 있다. 나는 김 사장에게 사마천 사기 맹상군 열전의 한 대목을 들려주었다.


#3


춘추시대 제나라 재상이던 맹상군은 군주의 신임을 얻어 부귀와 명예를 한껏 누렸다. 휘하에는 식객 3천 명을 거느리고 있었다. 그 식객들은 맹상군의 눈에 들려고 충성경쟁 하기에 바빴다. 제나라 왕이 바뀌고 맹상군은 왕의 신임을 잃게 되었으며 재상의 자리에서도 물러나게 되었다. 한순간에 부와 권력을 잃어버리게 되자 그 많던 식객들은 맹상군을 뒤돌아보지 않고 떠나버렸다. 유일한 늙은 식객 풍환만이 남아서 맹상군의 재기를 도왔다. 


#4


우여곡절 끝에 풍환의 기지로 맹상군은 다시 제나라 재상의 자리에 복귀했다. 그러자 썰물처럼 떠나갔단 식객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칭송을 늘어놓으며 맹상군 휘하에 몰려들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맹상군은 그들에게 화가 나서 몽둥이를 들고 나가 그들을 내쯫으려 했다. 그러자 풍환이 맹상군을 말리며 이렇게 물었다. 


#5


“사물에는 반드시 이르는 것이 있고, 일에는 진실로 그렇게 되는 도리가 있는데 군께서는 이를 알고 계십니까?” 


맹상군은 화가 난 목소리로 “나는 어리석어 선생이 말하는 바를 모르겠소.”라고 퉁명스레 답했다. 그러자 풍환은 말을 이었다.      


#6


“살아 있는 자가 반드시 죽는 것은 사물이 반드시 이르는 바요, 부귀할 때 선비가 많고 빈천할 때 친구가 적은 것은 일이 진실로 그렇게 되는 바인 것입니다(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군이 과거에 직위를 잃고 빈객이 모두 떠나갔던 것을 두고 그들을 원망하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원망한다면 이는 선비들이 다시 공에게 돌아오는 길을 끊어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바라건대 군께서는 옛날처럼 객을 대우하여 주십시오.” 


#7


맹상군은 그 말을 듣고 크게 깨달은 바 있어 풍환에게 두 번 절하며 말했다.  


“삼가 그 명에 따르겠소. 선생의 말씀을 듣고 어찌 감히 가르침을 받들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는 환히 웃는 낯으로 예전의 식객들을 다시 맞아들였다.


#8


김 사장은 내 말을 듣더니 감탄을 했다. 그리고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제 생각이 짧았네요.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데 하마터면 또 적을 만들뻔 했습니다.” 풍환의 말을 듣고 깨우친 맹상군이나 내 설명을 듣고 마음을 바꿔 먹은 김사장 모두 마음의 그릇이 큰 사람이다. 


#9


관계는 좋았다가 나빠질 수 있고, 나빴다가 좋아질 수 있다. 그 원인은 상대방이 꼭 문제가 있어서만은 아니다. 내 쪽 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상대가 떠나갈 수도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이익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부정하고 싶지만 부정할 수 없는 인간의 이기심과 나약함을 인정해야 한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이치, 인간사의 모습인 것이다. 


#10


내 상황이 좋지 않을 때 그 사람이 떠나갔다고 해서 그 사람을 미워하지 말고, 또 내 상황이 다시 좋아졌다고 그 사람이 다시 돌아왔을 때 왜 그랬는지 캐묻지 말라. 그도 마음의 갈등이 있었으리라 생각하고 오히려 넓게 품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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