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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Aug 24. 2022

토사구팽 깊이보기(1) - 이 말의 유래


#1


“이번에 박 부장, 승진인사에서 물 먹고 지방으로 좌천된 거 봤어? 진짜 예상 밖이지 않나? 다른 사람은 몰라도 박 부장은 꼭 승진할 줄 알았는데 말야.”


“작년에 그 코로나 시국에 중동까지 가서 여러 건 수주를 해 온 1등 공신인데 어찌 그럴 수가 있나. 진짜 놀랍더라. 완전 토사구팽이지 뭐.”


“흠. 뭔가 비하인드가 있을거야. 우리가 모르는...”


“진짜 지난 주까지만 해도 박 부장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었는데. 사람 팔자는 알 수 없구먼. 쯧쯧...” 


#2


토사구팽. 


토끼 사냥이 끝나면 그 토끼를 쫓던 사냥개는 삶아 죽임을 당한다는 말. 정치권에서뿐만 아니라 일반 직장생활에서도 흔히 쓰인다. 배신의 대명사로 쓰이는 사자성이이긴 한데, 사실 좀 더 깊이 들어가보면 곱씹을 만한 구석이 여럿 있다.


우선 이 말의 유래부터 알아보자.


#3


처음 이 말이 등장하는 때는 춘추시대 말엽 월나라와 오나라가 결전을 벌이던 시점이다. 월나라가 최종적으로 오나라를 멸망시키고 승리했는데 이 당시 월나라의 1등 공신은 범려와 문종이었다. 세상 사람들은 하나같이 범려와 문종은 이제 부귀영화의 탄탄대로를 걸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런데 범려는 놀라운 선택을 한다. 모든 상과 벼슬을 사양하고 시골로 내려가기로 한 것이다. 범려는 세상 이치에 통달한 도인 같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사람을 판단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앞으로 닥칠 불행을 미리 감지하고 홀연히 떠나면서 친구인 문종에게 주의를 준다. 


“나는 새를 잡으면 활은 곳간에 처박히고, 토끼를 잡으면 사냥개는 삶아 먹힌다오. 우리 왕 구천은 목이 길고 입이 새처럼 뾰족하니 고난은 함께 하여도 즐거움은 함께 나눌 수 없는 사람이오. 이러할진대 어찌 구천의 곁을 떠나지 않는 것이오.” 


문종은 범려의 조언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그 동안 월왕 구천을 도왔던 시간이 얼마인데, 이제 와서 월왕이 배신을 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으리라. 오래 지나지 않아 범려의 말대로 월왕 구천은 문종을 압박해서 결국 문종은 자결로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다.


#4


토사구팽이 두 번째로 등장하는 시점은 진시황 서거 이후 항우와 유방이 치열하게 싸우던 초한쟁패가 유방의 승리로 끝나고 한나라가 세워진 직후였다. 유방의 승리에 큰 공을 세운 사람은 바로 대장군 한신이었다. 뛰어난 지략과 용맹으로 결정적인 승부를 걸어 전쟁을 최종 승리로 이끌었던 한신.


하지만 한신은 그 과정에서 여러번 왕인 유방의 심기를 건드리게 된다. 자신의 뛰어난 성과에 도취한 나머지 그랬을까. 하지만 대업을 눈앞에 두고 있던 유방은 이 모든 것을 참고 견뎌낸다. 이제 막강한 라이벌인 항우를 제거하고 대업을 달성하자 한신의 존재가 오히려 부담스러워진 유방 일파는 한신을 숙청할 기회를 계속 엿보다 결국 그를 반역죄로 몰아 한신을 죽인다. 이 즈음 한신은 탄식하며 이렇게 말한다. 


“과연 사람들이 교활한 토끼가 죽으면, 좋은 사냥개가 삶겨진다라고 한 것과 같구나.” 


이렇듯 토사구팽의 원조(?)는 범려와 문종의 사례이나 초한지가 워낙 유명하다 보니 한신의 토사구팽이 더 많이 알려져 있긴 하다.


#5


이제 토사구팽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볼 만한 대목을 살펴보자. 대략 3가지 정도가 떠오른다.


첫째, 토사구팽은 왜 일어날까? 공이 큰 사람을 제거하는 것은 너무 비양심적인 일이 아닌가? 그런데 역사적으로 보면 토사구팽은 늘상 일어나는 일이었다고 한다. 도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둘째, 토사구팽은 단순한 배신의 이야기일 뿐인가? 아니면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심오한 인간관계의 속성이 숨어있는 것일까?


셋째, 토사구팽을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처신 해야 하나? 좋은 방법이 있긴 한 건가?


하나씩 차분히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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