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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Aug 24. 2022

토사구팽 깊이보기(2) - 발생원인

#1


대부분 토사구팽에 관해서는 ‘팽’을 당하는 입장에서의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팽’을 하는 사람 입장에 서서 그들의 심리상태를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토사구팽을 감행하는 입장에서는 크게 두 가지, 즉 아랫사람이 부담스러울만큼 커져서 후환을 막기 위함이거나(이하 ‘예방적 토사구팽’), 반대로 아랫사람이 제대로 따라오지 못할 때 도태시키려는 목적(이하 ‘평가적 토사구팽’)으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다.   




#2


우선 예방적 토사구팽은 역사에서 자주 발견된다. 명나라를 세운 주원장이 공신들을 대대적으로 숙청했고, 조선시대 태종 이방원 역시 공신과 외척들을 대거 숙청했다. 모두 공신들의 발호를 막고 다음 세대의 안녕을 위해 일부러 손에 피를 묻힌 격이다. 


이런 일이 발생한 데에는 공신들의 태도도 한 몫을 한다. 토사구팽의 대표적 모델인 한신의 경우를 살펴보자. 




#3


한신은 역사상 한결같은 충신으로 알려진 제갈량이나 조자룡과는 달리 결정적인 순간에 보스인 유방에게 대들었다(Deal을 했다). 더구나 ‘내가 뭐 다 했지. 나 아니면 우리 보스도 힘들었어’라는 식의 자만심을 자주 공개적으로 표출했다. 당장 항우와 싸움을 해야 하는 유방으로서는 탐탁치 않았지만 한신을 강하게 질책하지 못했다. 한신이 제나라 왕을 시켜달라고 유방에게 Deal을 할 당시 유방은 항우에게 포위당해 아주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한신은 부하를 시켜서 보스에게 보내 ‘자리’에 대한 Deal을 했던 것. 성질 급한 유방은 그 한신의 부하에게 화를 내려 했는데, 옆에서 참모인 장량이 유방의 발을 지그시 밟고는 ‘원하는 대로 해 줍시다. 지금은 위기 상황입니다.’라고 했단다.




#4


유방은 차곡 차곡 쌓아두었다. 그리고는 ‘그래, 너 이 싸움이 끝나면 보자’라고 속으로 이를 갈았을 것이다. 결국 중요한 전쟁에서 승리하고 한신이 더 이상 필요없게 되자 바로 숙청 작업에 들어간 것.




그런데 이러한 일은 직장 내에서도 자주 발생한다. 부하 직원이 큰 실적을 냈을 때 처신을 잘해야 하는데, 스스로 도취해 행동을 함부로 하면서 상사를 불쾌하게 할 경우 결국은 되치기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나의 성취를 시기하는 사람이 특히 나의 윗사람일 때 아주 골치아픈 상황이 발생한다.




#5


다음으로 평가적 토사구팽은 개인의 능력이 조직의 발전을 따라잡지 못할 때 발생한다.


처음 창업을 할 때 고용된 직원은 아무래도 젊고 경험이 적으며 연봉도 적은 사람이다. 그들은 회사의 미래 성장가능성을 기대하고 합류했기에 열과 성을 다해 일 한다. 사업 내용이 수시로 바뀌어 혼란스러울 수 있어도 큰 불평 없이 묵묵히 여러 일을 치러 낸다. 그들의 노력에 힘입어 성과를 내고 외부에서 큰 투자금이 들어온다. 




그러자 역설적으로 그 직원들의 중요도가 하락한다. 회사의 성장 속도가 직원들의 성장 속도를 뛰어 넘은 것이다. 기존 직원들은 회사의 미래를 위한 혁신적 업무를 담당할 능력이 부족하다. 회사는 들어온 투자금으로 더 뛰어난 인재를 스카우트할 능력을 갖추었다. 기존 직원들이 오히려 짐이 되는 순간이 오고야 만다. 




#6


예를 들어 로켓이 분사할 때 필요한 장비와 궤도에 올려 놓기 위해 사용되는 장치가 다른 것처럼, 성장기에 필요한 것은 성숙한 조직에서의 경험이 풍부한 전문기이며, 그 전문가들이 회사를 성장시켜 주는 것이다. 사장은 더 능력 있는 직원들을 원하게 된다. 회사 초기부터 함께 했다는 이유만으로는 능력 이상의 포지션을 주려 하지 않는다. 결국 사장은 기존 직원의 도태를 생각하게 된다. 




#7


특히 그들이 어설픈 추억에 취해 있으면 상황은 더 빨리 악화된다. 


기업의 임원들 중에는 사석에서 CEO를 가리키며 “박 대표 말야, 지금이야 저렇게 잘 나가지만 사업초창기만 해도 진짜 비리비리했지. 그 때 얘기 들려줄까? 진짜 지금은 옹 된거지. 하하하.....”라고 말하며 추억에 잠긴다. 예전의 무용담을 늘어놓을 때 이를 언짢게 바라보는 눈빛이 있다. 이젠 말 그대로 구름 위의 용이 되었는데, 자꾸 그 용의 지렁이 시절 이야기를 늘어놓는 창업공신. 용은 심기가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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