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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Aug 24. 2022

토사구팽 깊이보기(4) - 토사구팽을 막으려면


#1


앞서 토사구팽을 감행하는 입장의 심리상태, 그리고 토사구팽은 단순한 배신의 프레임이 아니라 관계의 역동성에 재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부조화의 결과물이라는 관점으로 보아야 한다는 점을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이러한 토사구팽을 당하지 않을 방법은 무엇일까? 몇 가지를 제시한다.


#2


- 변신이 필요하다- 


.


날랜 토끼를 사냥하려면 그보다 더 빠른 다리를 가진 사냥개가 필요하다. 또한 충분히 거칠어야 한다. 사냥개의 거친 눈빛만으로도 토끼가 겁을 먹고 도망갈 의욕을 상실하면 더 좋다. 주인은 그런 사냥개를 찾는다. 드디어 토끼 사냥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이젠 편히 토끼를 잡아먹으면 된다. 손님들을 불러 잔칫상을 마련한다. 사냥개에게도 적절한 상이 주어진다. 


하지만 사냥개는 계속 사냥을 하고 싶어 으르릉거리며 사냥감을 찾는다. 잔치에 온 손님들은 사냥개 때문에 무서워하다 몇 명은 떠나버린다. 주인은 사냥이 끝났다고 몇 번이나 말했지만 사냥개는 본래 주특기를 숨기지 못한다. 과잉 전투력이 주인을 성가시게 한다. 사냥개는 이제 경호견 아카데미에 등록하거나 달리기 연습을 좀 더 해서 주인의 프라이드를 높일 수 있는 훌륭한 경주견이 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변화된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고 예전을 고집할 때(왕년에 내가~) 그는 내쳐지거나 배척받는다. 


1막이 끝났으면 2막에 따른 역할과 대사를 준비해야 한다, 그 상황판단과 변신이 토사구팽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3


- 공을 세우더라도 겸허해야 한다.-  


공고진주(功高震主), 부하의 공이 높으면 그것은 왕을 떨게 만든다는 뜻인데 한비자에 나온다. 


부하가 공을 많이 세워도 보스는 두려움이 드는데, 거기다 나대면서 거드름까지 피우면 결국은 제거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공을 세우면 무조건 인정받고 대우받을 거라고 믿으면 아주 순진한 생각이다. 그 공이 내 발목을 잡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계라는 것은 복잡 미묘하다. 


여기서 채근담의 가르침인, 좋은 일의 30%는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욕된 일의 30%는 내게 가져오는 지혜로운 처세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처세를 해야 적을 만들지 않는다. 공을 세우고도 적을 만들어서 낭패를 보는 일은 막아야 한다.


#4


- 때로는 반격(독립)도 고려해야 한다.-


한신이 유방 밑에서 큰 공을 세우고 있을 때 책사가 한 명 찾아왔으니 그가 바로 괴통이다. 한신은 유방의 대장군으로서 소임을 다하고 있었는데, 괴통은 한신에게 독립을 권한다. 이 때의 대화 내용을 한번 보자.


괴통 : 항우의 군대는 현재 서산에 발이 묶여 있습니다. 유방 역시 현재 궁지에 몰려 있습니다. 지금 천하는 장군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장군께서 한나라를 섬기면 한나라가 이기고, 초나라를 섬기면 초나라가 이기게 되어 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두 왕을 양립케 하고 천하를 삼등분한 후 장군께서 그 하나를 취하십시오. 하늘이 내린 기회를 받지 않으면 벌이 내리고, 시기가 되었는데도 행동하지 않으면 화를 입는다고 합니다. 심사숙고하셔야 할 것입니다.


한신 : 한왕(유방)은 자기 수레로 나를 태워 주며 자기 옷을 나에게 입혀 주고 자기의 밥을 나에게 먹여 주었소. 속담에도 '남의 수레를 얻어 탄 자는 그의 걱정을 제 몸에 실어야 하고, 남의 옷을 얻어 입은 자는 그의 근심을 함께 안아야 하며, 남의 음식을 얻어 먹은 자는 그를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한다.'고 했소. 이익에 사로잡혀 의리를 저버릴 수는 없는 일이오.


괴통 : 지금 장군께서는 스스로 한왕과 친한 사이라고 생각하여 충성과 신의를 바치려 하지만 그것은 잘못입니다. 자그마한 일에 구애받고서는 큰 지위를 얻지 못합니다. 터럭같이 사소한 부분에 매달려서는 천하의 큰 흐름을 장악할 수 없습니다. 알고 있으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 모든 일의 화근이 됩니다.공은 이루기 어려우나 잃기는 쉽고, 시기는 얻기 어려우나 놓치기는 쉽습니다. 기회는 두 번 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신은 끝내 괴통의 말을 듣지 않았다. 충성을 다하는 자신에게 유방이 어떻게 하겠는가 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신의 결말은 우리가 다 알고 있다. 괴통은 유방과 한신의 불안한 관계를 냉정하게 꿰뚫어 보고 독립을 권유한 것이다. 이렇듯 관계청산, 독립을 과감하게 결행할 필요도 있다. 토사구팽 당하기 전에 스스로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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