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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Aug 27. 2022

<징징대는 사람이 되지 마라>


한 번씩 만나는 후배 P는 언제나 울상이다. 만날 때마다 다양한 레퍼토리로 힘들어 한다. 주위 사람들에게 시시콜콜 자기 사정을 설명하고 조언을 구한다. 조언을 해준다고 그리 귀담아 듣는 눈치도 아니다. P의 더 큰 문제점은 본인 이야기만 즐겨 한다는 점이다. 



고민은 자기만 있는 것도 아닐텐데 항상 대화의 소재가 자기에 관한 것이고 남들에게도 그 소재로 이야기할 것을 은근히 강요한다. 그리 재미있지도 유쾌하지도 않은데 말이다.



이런 P를 보면 생각나는 이가 바로 후배 K다. 



K는 집안 일로 내게 사건을 맡겼기 때문에 내막을 좀 아는데, 얽혀 있는 문제가 하도 많아서 상당히 머리가 아플 거라 예상된다. 하지만 그는 항상 웃는 낯이다. 힘들지 않나고 물어보면 “에이 뭐 저만 힘든가요? 다들 그러고 사는 거 아닌가요. 헤헤”라고 답한다. 



K는 언제나 자기 이야기보다 내 근황을 먼저 물어보고 관심을 보이면서 대화를 이끌어 나간다. P와 너무 비교가 되었다. P는 K에 비해 너무 자기중심적이고 어리다고 느껴졌댜. 



P를 만나면 기분이 다운되고 머리도 아픈데, K를 만나면 ‘그래, 나도 힘을 내야지’라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씩씩한 K로부터 연락이 오면 반가운 마음으로 만나지만 P로부터 연락이 오면 어느 순간 피하게 된다. 내 문제로도 머리가 아픈데 P의 이야기를 들어줄 생각해서 그런가 보다.



남에게 내 고민을 이야기하는 것은 필요하다. 진정으로 그 사람의 조언이 필요해서 도움을 구할 때나, 아니면 실질적인 도움을 얻지는 못하더라도 공감을 얻기 위해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문제는 그것이 습관처럼 반복되는 것이다. 습관처럼 자기 힘든 이야기를 늘어 놓으면 상대방은 은근히 상당한 부담을 느낀다. 



사람은 누구나 크고 작은 문제로 머리가 아프다. 그리고 내 작은 문제를 남의 큰 문제보다 훨씬 중요하게 느낀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사람의 심리다. 그런데 어떤 만남에서 남의 고민거리까지 공유받고 이를 해결해 줘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면 스트레스가 더 쌓인다. 갑자기 해결사가 되어야 하는 부담감에 휩싸이게 된다. 



이렇듯 '징징대는 것'은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일이다. 타인이 나를 위해 본질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징징댄다면 이는 사람들이 그를 피하게 하는 요인이 되는 것 같다. 제대로 도움을 받지도 못하면서 부담스런 사람이라는 인상만 남게 된다.



정말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해서 도움을 청할 때는 적합한 사람에게 제대로 부탁해야 한다.



우선 내게 도움을 줄 만한 사람에게 말해야 한다. 아무에게나 요청을 난사(亂射)해서는 안 되고 그럴만한 성의와 능력이 있는 사람을 정해야 한다.



그 다음에 자신이 처한 상황을 설명하고 정확히 무엇을 요구하는 지를 밝혀야 한다. 그냥 추상적으로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무엇이 필요한지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고민을 듣는 것도 부담스러운데, 그 해결의 방법론까지 추상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면 상대방의 스트레스 지수는 더 올라갈 것이다. 마치 족집게 선생님이 중요 문제를 찍어주듯이, 현재 이 상황에서 내가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는 점을 심플하게 요청하는 편이 좋다. 



다음으로, 이 일이 해결되는 것이 본인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그래서 그 도움이 얼마나 절실한지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상대로서는 ‘아, 나의 도움이 이 사람에게는 큰 의미가 있구나’를 느낄 수 있게 말이다.



다만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그런 부탁을 했는데 거절을 당했을 때의 대처 방법이다. 거절을 한 사람은 마음이 무겁다. 괜히 죄인이 된 기분이 든다. 하지만 부탁을 들어주지 못한 것이 어찌 그 사람 잘못이겠는가. 슈퍼히어로도 아닌데 어떻게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인가. 



거절을 한 상대방에게 내가 괜한 이야기를 해서 부담만 줘서 미안하다, 어떻게든 돌파해 볼테니 많이 응원해 달라 면서 그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 마지막 말이 당신의 가치를 높여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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