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아보게 하는 문구(7) 명자실지빈야
#1
‘名者實之賓也 ; 명자실지빈야’ (이름은 실질, 실상의 손님이다)
장자 소유유편에 나오는 구절이다. 난 이 구절을 참 좋아한다.
여기서 대비되는 개념은 ‘명(名)’과 ‘실(實)’이다. ‘명’은 외부적으로 그 사람을 드러내는 꾸밈. 관직, 포장이라면 ‘실’은 실제 그 사람의 됨됨이, 실력같은 거다.
# 2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명실상부(名實相符)’라는 사자성어는, 이름은 실상과 같아야(부합해야) 한다는 의미다.
일찍이 사마천은 ‘명성이 실제(실상)를 앞지르는’ 사람들을 두고 ‘명성과실(名聲過實)’이라 했다. 명성이란 것이 흔히 실상보다 부풀려지기 마련이기 때문에 그 명성만으로 사람을 쉽사리 판단하지 말라는 경고성 메시지가 담겨 있다. 사마천은 한나라 초기 반란을 일으켰던 진희란 인물을 평가하는 자리에서 이처럼 실상을 따르지 못하는 명성의 허구를 꼬집고 있다.
# 3
나는 특히 名者實之賓也(명자실지빈야)에서 ‘빈(賓 ; 손님)’이라는 부분에 주목한다.
이름(직위, 계급, 포지션)은 그냥 내 실상의 ‘손님’에 불과하다. 손님이 왜 손님인가? 언제든 훌쩍 떠나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손님이 잠시 내 곁에 있다고, 그 손님이 평생 나를 떠나지 않을 것처럼 으스대며 손님과 나를 동일시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손님이라는 표현이 너무 절묘하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손님은 날 떠나기 마련이다. 그 손님이 마치 나인 양 너무 매몰되지 말지어다. 내가 힘을 키우고 내가 성장해야 한다.
# 4
고 정채봉 선생님의 <옷걸이>라는 시.
<옷걸이>
세탁소에 갓 들어온 새 옷걸이한테
헌 옷걸이가 한마디 하였습니다.
"너는 옷걸이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지 말길 바란다."
"왜 옷걸이라는 것을 그렇게 강조하시는 지요."
"잠깐씩 입혀지는 옷이 자기의 신분인 양
교만해지는 옷걸이들을 그동안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다음과 같은 명대사를 남겼다.
“장미꽃이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해도 그 향기만큼 좋으리라.” (A rose by any other name would smell as sweet.) 이 문장은 이름이 중요하지 않고 본질이 중요하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5
그 ‘이름’을 얻기 위해 열심히 살았고, 그 ‘이름’에 기대어 어깨에 힘도 줬었다. 하지만 그 ‘이름’은 언제든 날 떠날 수 있는 손님에 불과하다는 것을 조금씩 느끼고 있다.
손님이 떠나가도 남을 내 본질에 더 집중하고 싶다.
"우리는 우리가 맡은 역할에 의해 정의되지 않는다. 우리의 본질은 우리가 누구인지에 의해 정의된다." - 베르나르 베르베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