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권여선 작가의 ‘사슴벌레식 문답’이라는 소설을 보면 독특한 문답법이 나온다. 친구들이 강촌으로 여행가서 민박을 하는데, 방에 들어온 사슴벌레를 치우다가 주인에게 물어본다.
“방충망도 있는데, 이렇게 커다란 사슴벌레가 어디로 들어오는 거예요?”
“어디로든 들어와.”
주인의 대답이 재밌어서 친구들은 이런 대화법을 사용하며 논다.
#2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 “인간은 무엇으로든 살아.”
“너는 왜 연극이 하고 싶어?”
-> “나는 왜든 연극이 하고 싶어.”
“너는 어떤 소설을 쓸거야?”
-> “나는 어떤 소설이든 쓸거야.”
#3
호호, 이거 마법의 답변인걸? 그리고 이 묘한 편안함과 단단함은 뭐지?
나도 한번 응용해 본다.
“이 많은 걸 어떻게 다 보고 준비해?”
-> “응, 어떻게든 다 보고 준비해.”
“너 앞으로 어떻게 살거니”
-> “응, 앞으로 어떻게든 살아.”
김연아 선수에게 기자가 “그 힘든 연습, 어떻게 다 하는 거죠?”라고 물었더니 김연아 선수가 눈 똥그랗게 뜨면서 “어떻게는요? 그냥 하는 거죠.”라고 말하던 장면이 생각난다.
그렇다. 어떻게든, 왜든, 무엇이든. 부딪히면서 뚜벅 뚜벅 나가는 거다. 그게 인생이지 뭐.
* 사진 : 권여선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