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살다 처음 들어보는 말]
#1
K는 횡령, 배임죄로 고소를 당했다. 내가 볼 땐 말도 안 되는 고소였다. 하지만 일단 고소를 당했으니 경찰서에 출두해서 조사를 받아야 한다. 나는 어떻게 진술할지 방향에 대해서 조언하고 자료를 같이 챙겨줬다.
#2
K는 3시간 가량 조사를 받고 나왔다. 아래는 전화통화내용
나 : “어때? 큰 문제 없었어?”
K : “네, 그런데... 막상 조사 받으면서 예전 일들에 대해 답변을 하다 보니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나 : “그렇지. 구질구질한 얘기들을 다 하면서 나를 변호해야 하니. 못할 짓이야.”
K : “아니요. 과거 일들을 하나씩 떠올리면서 일이 왜 이 지경까지 왔는지 생각해 봤어요. 그리고 그 친구(고소인)가 언제부터 이런 불신을 갖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원인을 제가 어떻게 제공했는지도 알 것 같았어요. 신기한 건 그렇게 하나씩 털어놓으면서 마음이 더 차분히 정리되고 응어리진 감정도 사라지는 느낌이었어요.”
K : “뭐랄까? 씻김굿, 살풀이를 하는 느낌? 적어도 제 마음으로는 정리가 되면서, 머리와 눈이 환해지는 느낌이었어요. 제가 뭘 실수했는지, 그리고 제가 앞으로 뭘 조심해야 하는지 찬찬히 정리가 되더군요. 그래서... 약간 힐링했어요. 수사 받으면서.”
#3
뭐라고라고라고라?
수사 받으면서 힐링했다라고라?
허허. 내 진짜 변호사 생활 하다 하다 이런 얘기는 처음일세.
K가... 다시 보였다.
이 친구, 진국일세 그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