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연세가 많아지시니 다양한 질병으로 인해 병원신세를 지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부모님들이 직관적으로 가장 공포스럽게 느끼는 건 ‘치매’였다. 주위 친구분들 중에 치매로 고생하는 분들이 계시다보니 치매에 대한 엄청난 걱정을 하신다.
올 봄에 아버지에게 약한 치매 초기 증상이 있다고 의사샘이 말해서 다들 긴장했다. 아버지는 자꾸 사소한 기억을 까먹는다고 걱정하시고, 나는 ‘아부지, 저도 돌아서면 까먹습니다. 그건 다 그래요.’라면서 위로를 해드리곤 했다.
오늘 몇 달만에 가서 뵈었는데, 아버지께서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요새, 도우미 아줌마랑 낱말 맞추기 공부 열심히 하고 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여동생이 국가에서 하는 지원 프로그램(도우미가 와서 노인분들 운동시키고 대화도 나누는 프로그램)을 통해 도우미를 신청했단다.
“너거 고생시키믄 안 되니까. 내 열심히 공부한다.”
아버지 말씀에 눈물이 핑 돌았다.
열심히 낱말 맞추기 카드를 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버지. 제가 더 잘하겠심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