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공포증 : Entomophobia]
집에서 딸래미들이 경악을 하고 비명을 지르는 때가 있다. 둘 다 거의 자지러진다.
100% '정체 불명의 곤충이 등장했을 때'이다.
요즘 아파트는 이유가 뭔지 모르지만, 옛날 집들과는 달리 곤충이나 벌레가 거의 없다. 그러다가 한마리씩 등장하면 애들은 기절초풍하고, 내게 달려와서 빨리 잡아달라고 난리친다.
뭐. 공공의 적이라고 할 수 있는 바퀴벌레라면... 여러가지를 고려해서 잡아야할텐데.
그냥 이름모를 작은 벌레나 곤충인 경우가 많다.
내가 '자이나교(Jainism ; 율법상 벌레의 살생도 금지하는 종교)' 신자는 아니지만, 벌레라 하더라도 그냥 죽이는 것은 영 내키지 않았다. 특별히 해를 끼치는 것도 아니고. 단지 '보기가 좀 거시기하다고 해서' 때려 잡는 것은...
시골에서 자랐기에 곤충이나 벌레를 흔히 봤었기에 나는 내성이 있는데, 딸래미들은 전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방금도 집이 떠나갈 듯 난리를 쳐서, 현장에서 조그만 벌레 하나를 처리했다.
내가 처리하는 방식은 휴지로 살짝 집어서(터지지 않게) 베란다로 날려 보내는 거다. 처음엔 이 방식도 딸래미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 했는데(아빠! 또 들어오면 어떡할라 그래?), 이제는 이 정도 선에서 타협이 됐다.
요즘 애들, 똑똑하지만 나와 다른 것들에 대한 이해도, 포용도는 예전같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