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장면 1
한의원에 가면 '약재함'이 있다. 그 약재함마다 다양한 한약재료가 들어 있고, 한의사는 환자의 증상에 따라 그 약재를 섞어서 한약을 조제한다.
장면 2
집에서 어머니가 내어주시는 밥상. 메인요리는 바뀌어도 밑반찬은 큰 변함이 없다.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밑반찬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2
사람마다 취미가 다르다. 어떤 이는 일렉기타를 치고, 어떤 이는 등산, 어떤 이는 골프, 어떤 이는 화초 키우기.
특히 나이가 들수록 자신이 몰입할 수 있는 취미 1-2개쯤은 갖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스트레스를 컨트롤 할 수 있고, 인생이 풍요로와진다.
누가 나에게 가장 즐거울 때가 언제인지를 물어보면, 난 당연히 책 읽고 글 쓸 때라고 말한다. 다른 그 어떤 activity보다 정보와 내 생각을 정리하는 '돈벌이와는 무관한 글쓰기'를 할 때가 가장 자유롭고 신난다. '돈벌이와는 무관한'이 중요하다.
#3
당나라 시인 두보는 "독서파만권(讀書破萬卷) 하필여유신(下筆如有神)"이라는 말을 남겼다. “책 만 권을 읽으면 신들린 듯이 글을 쓸 수 있다.” 즉 input이 충분히 많아야 그것들이 내 머리속에서 화학작용을 일으켜 풍부한 output을 발현할 수 있다는 말이다.
난 앞으로도 글을 많이 쓰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input이 필요하다. 독서도 input이지만, 짧게나마 내가 공부한 것을 적어두는 것이 가장 확실한 input이다. 그렇게 공부한 것을 적어서 잘 저장해두면 두고 두고 쓰인다.
#4
2023년 8월부터 무조건 하루에 몇 개씩이라도 정보를 모아서 한편의 짧은 글을 쓰고 있다. 그리고 SNS에 올린다.
이건 내게 있어 '한약 약재함에 신선한 한약재를 넣어두는 작업'이고, 나중에 맛있게 한끼 식사를 먹기 위해서 '정갈한 밑반찬을 만들어 두는 작업'이다.
어떤 이는 골프 싱글이 목표라 하루에 2시간 씩 연습을 하고, 누구는 일렉기타 마스터가 되기 위해 특정 곡을 연습한다면, 나는 하루에 최소한 3-4개 정도의 '한약재', '밑반찬', '레고 조각'을 만들어서 '쟁여두는'일에서 희열을 느낀다.
#5
돈벌이를 위해 일하다가, 한두시간 정도 시간을 내어 '핵분열'에 대해 뒤져보다가, '일본 판화 우끼요에의 역사'를 찾아보고, '넛지와 비슷하지만 새로운 행동유발 방법인 슬러지'에 대해서 알아보면, 머리가 맑아진다. 여기서 에너지를 받는다.
그 내용을 정리해서, 짧은 글을 완성한 다음
1) SNS에 올리고(다른 분들도 보시라고)
2) notion이라는 app으로 체계적으로 정리해 둔다(혼자서 거창하게 조우성 비즈니스 리뷰라는 타이틀을 만들어 쟁여두고 있다)
#6
이런 한약재가 만개 정도 쌓이면, 이 모든 것들이 내 머리에서 화학작용을 일으켜 제대로 된 글들이 나오지 않을까.
그 생각에 즐겁다.
이런 유희 활동을 즐기고 있기에, 돈 버는 생활전선에서도 에너지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