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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Oct 08. 2023

[인사이드 로펌] 나랑 일해보지 않겠나?


자네, 우리 파트에서 일해 볼 생각 없는가?


#1


로펌에서 햇병아리 변호사 시절의 일화.

그때 나는 거의 100kg에 육박했다. 외모로만 봐서는 쉽사리 변호사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 정도. 한번씩 거울을 보면 스스로도 놀랐으니.


“어이, 조변호사. 다음주 월요일에 나랑 같이 출장 좀 가자.”

M&A 쪽 전문변호사인 선배 서변호사가 내게 전화를 했다.

난 일반 송무변호사인데, M&A파트에서 왜 찾지?


“저... 무슨 일이신데. 제가 뭘 살펴보면 될까요?”

“아, 살펴볼 거 없어. 그냥 오면 돼. 사무실에서 그 날 09:00에 출발할거니까 늦지 말고 와.”


#2

다음 주 월요일 아침 내가 간 곳은 Y주식회사 주주총회장.

“조 변호사, 오늘 좀 시끄러울거야. 특히 표결하기 직전에 좀 그럴텐데. 혹시라도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나랑 같이 거길 뚫고 나와야 해. 알겠지?”


뚫고 나온다고? 급히 기사를 검색해 보니 그 Y사는 경영권 분쟁이 붙어서 소수주주들과 기존 경영진간에 열띤 표대결이 주총에서 예상되고 있었던 것.


대표이사가 주주총회 사회를 보는데, 소수주주들이 발언권 달라고 아우성을 치고, 몇 몇 주주들은 단상 앞으로 뛰어 나왔다.

대표이사는 중간 중간 서 변호사님께 이런 저런 질문을 했고, 서 변호사님은 그 자리에서 바로 답변을 했다. 그러자 소수주주들이 “당신들이 대주주측 악덕 변호사야?”라면서 눈을 부라렸다. 그리고는 뽀얗고 가녀린 서변호사에게 위협적으로 다가섰다.


#3


“이라시믄 안됩니더!”라면서 나는 그 들을 뜯어 말렸다. ‘아... 내가 할 일이 이거였구나.’

나는 회사 직원들과 같이 서 변호사님을 보호하면서 주주총회를 진행하는 일을 도왔다.

주주총회 마치고 오는 길에 서 변호사 왈.

“나를 지원해 줄 변호사를 물색하는데, 다들 조변호사를 추천하더라구. M&A쪽 일 해 볼 생각없나? 내가 볼 땐 딱인데 말야.”


#4


“조 변호사, 이번 가처분 사건, 나랑 같이 하자.”

건설파트 선배 강 변호사의 제안. 주민들이 건설사를 상대로 소음, 분진을 이유로 공사금지가처분신청을 제기했고, 우리 로펌은 건설사를 대리해서 공사금지를 막아야 하는 사건.


‘난 공사 전문도 아닌데, 왜? 뭐 사건 배우면 좋지.“

2주일 뒤 가처분 심문기일 날 출석.

법정 바깥에는 ‘악덕 건설사는 반성하라. 공사 즉각 중지하라’라는 구호를 외치는 주민들이 잔뜩 나와 있었다. 재판정에서 강변호사는 공사 강행의 필요성을 열심히 구두변론했다.


재판을 마치고 나오자 주민들이 강 변호사 앞에 버티고 섰다. “당신이 그 악덕 변호사구먼. 공사 소음과 분진이 얼마나 심한지 알기나 해!”라면서 험악하게 들이댔다.


나는 또 ‘이라시믄 안됩니더!’라면서 그들을 말리고는 강 변호사를 호위해서 법정에서 나왔다.

“흠, 조변호사. 듬직하네. 건설쪽 일 해 볼 생각 없나? 내가 볼 땐 딱인데 말야.”


나는 그 뒤로 열심히 다이어트를 했고, 더 이상 몸빵 동원 요청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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