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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Oct 08. 2023

담당변호사가 자주 바뀌어요


[Inside Law Firm] 담당 변호사가 자주 바뀌어요.


#1


우리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붙어 있는 동네 치과 광고 문구가 눈에 띄었다.


“절대 바뀌지 않는 의사, 절대 바뀌지 않는 병원, 오래 갑니다. 믿고 오세요.”


아하~. 치과의 경우 큰 치과에 가다보면 담당 의사가 자주 바뀌고, 심지어는 임플란트했던 치과가 사라져서 애를 먹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불만을 고려해서 이런 광고를 하나 보다 싶었다.


#2


‘소송을 진행하면서 변호사가 자주 바뀌어요’는 의뢰인들이 법률사무소에 대해 갖는 대표적인 불만 중의 하나다.


보통 사건을 의뢰하면 대표 변호사나 중견 변호사가 상담 후 수임한 다음 주수행변호사(주니어변호사)가 사건을 담당한다. 주수행변호사가 의뢰인으로부터 자료를 받은 다음 실제 준비서면 등을 작성하고 법정에도 출석한다. 그런데 이 주니어변호사가 자주 바뀌면 의뢰인으로서는 불편하다. 후임 변호사가 인수인계를 받았다 하더라도 다시 사건 설명을 해야 하고, 그 전까지 쌓였던 지식들이 그대로 다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3


작은 규모의 로펌은 아무래도 대형 로펌보다 급여나 복지 수준이 열악하다. 그러다보니 작은 로펌에 있는 주니어변호사들은 1년이나 2년에 한번씩 더 좋은 조건의 로펌,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로펌으로 이직을 꿈꾼다. 아마도 변호사 사무실만큼 이직률이 높은 직역도 드물 것이다. 작은 로펌의 대표변호사야 당연히 실력좋은 주니어 변호사를 오랫동안 잡아두고 싶지만 ‘더 좋은 곳으로 가고 싶습니다’라는 주니어 변호사를 어떻게 말리겠는가.


#4


대형로펌은 어떠한가?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여기도 조금 문제가 있다. 주니어 입장에서는 여러 파트의 일을 모두 경험해 보는 것이 좋다. 초반 1년은 일반 소송팀에 있다가, 그 다음 2년은 지적재산권 파트에서 일을 해보고, 그 다음 2년은 금융파트에서 일을 하다가 그 다음에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파트에 정착하는 루트. 이것이 주니어들이 바라는 바다.


반면 로펌 입장에서는, 아예 처음부터 주니어 변호사를 어느 한 파트에 ‘박아놓고’ 전문적으로 키우기를 원한다. 그것이 아무래도 효율적이니까. 하지만 소위 일류 로펌들은 주니어 변호사들이 1년이나 2년마다 자기가 희망하는 파트로 옮기는 것을 허용(장려)한다.


그래서 매년 1, 2월에는 주니어 변호사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파트로 옮기려 눈치를 보고, 선배들은 자기가 아끼는 후배가 다른 파트로 가는 것을 막아보고자 읍소를 하기도 한다.


사실 뭐 판사들도 1, 2년에 한번씩 인사이동을 하기 때문에 오래된 사건의 경우 담당판사가 두세번 바뀌는 것은 흔한 일이기도 하다.


#5


대부분 변호사 사무실에서 실무적으로 가장 말단에 있는 변호사들은 1-3년차 변호사들이다. 4년차 이상만 되어도 직접 서면을 쓰기 보다는 ‘빨간펜’ 선생 역할을 한다.(물론 이런 조로화 현상이 대형 로펌의 문제로 지적되기도 한다). 따라서 의뢰인으로서는 1-3년차 변호사들과의 호흡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그 위에 있는 시니어 변호사와의 관계가 중요하다. 시니어 변호사는 왠만해서는 바뀌지 않을 것이기에. 


많은 로펌들이 의뢰인들의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가능하면 주니어 변호사들의 중간 이탈을 막으려 노력하지만, 그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은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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