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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Oct 08. 2023

변호사 년차마다 시간당 pay가 다른 이유


[인사이드 로펌] 변호사 년차마다 시간당 pay가 다른 이유


대형로펌에 사건을 맡겨 본 분들은 아실터. 착수금- 사례금 베이스로 약정하는 것이 아니라 time charge 베이스로 약정할 경우에는, 그 사건에 투입된 변호사의 시간당 보수를 기준으로 그 변호사가 몇 시간 그 일에 투입했는가를 따져서 비용을 청구한다.


대부분 대형로펌의 경우 변호사들의 시간당 보수는 30만 원부터 시작해서 80만 원 선까지 다양하다. 고참 시니어급들 2명 정도가 투입되어 일을 진행하면 그 비용이 팍팍 올라간다.


왜 고참들은 비싼 것일까? 나도 처음에는 그 이유를 잘 몰랐다. 어차피 변호사 라이센스를 땄으면 기본 실력은 되는 것이고, 오히려 젊고 싱싱한(?) 변호사들이 더 법리를 잘 이해하고 최신 판례도 많이 알고 있을 것이기에. 경험 많은 변호사라고 더 비쌀 이유가 있나.. 싶은.


그런데 막상 일을 해보면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예1) 의뢰인이 '투자금 반환소송'을 의뢰한다. 젊은 변호사는 의뢰인이 요청한 그 수단(투자금 반환소송)을 그대로 수행해 준다. 의뢰인이 원한 게 그것이니까.  하지만 노련한 변호사는 '과연 그 수단이 최적의 수단인가'를 따져본다. 투자금 반환소송이라는 본 게임으로 들어가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데, 상대방의 약점을 충분히 파악한 다음 그 약점을 거론하면서 '위협적 내용증명'을 보내서 상대방의 전의를 상실하게 하는 방식을 도모할 수도 있다.


그리고 본안 소송 이전에 상대방이 가장 아프게 느낄 수 있는 재산에 대해서 가압류 신청을 제기하여 효과적으로 데미지를 주면서 사건을 조기에 종결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적절한 협상 전략까지 제시할 수 있다.


예2) 의뢰인이 복잡한 사건의 자문을 요청한다. 그 자문을 이메일로 적어서 보냈다. 그런데 그 내용이 다소 모호하다. 주니어 변호사는 그 이메일을 열심히 독해(?)하면서 자문요청에 대한 답을 적어 나간다. 최신 관련 판례도 집어 넣고 관련 논문의 입장도 정리한다. 15페이지 의견서가 작성되었고, 그 작성에 6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 특히 사건 파악에 많은 시간(2.5시간)이 소요되었다. 이 변호사의 시간당 비용이 30만원이라면 자문료는 180만원(30만원 x 6시간)


그런데 고참 변호사는 의뢰인의 메일을 보는 순간 '이건 좀 이해가 안되네? 그리고 질문의 요지가 애매한 걸?'라고 생각하고 바로 의뢰인에게 전화를 건다. 


20분 정도 이것 저것 물어보면서 '질문을 재정리'한다. 그리고 의뢰인에게 '원하는 형태의 의견 답변서 형태'를 물어본다. 의뢰인은 자세한 연구보고서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결론 위주의 답변이 필요했다. 고참 변호사는 사건 파악을 위해 20분을 쓰고, 결론 위주의 답변(아주 간단한 근거 추가)을 40분 만에 작성한다. 의견서는 2페이지 정도.  이 변호사의 시간당 비용이 80만원이라면 자문료는 80만원.


실제 내가 주니어 변호사랑 일을 하다 보면, 내가 30분이면 끝낼 일을 주니어 변호사는 방향을 잘 잡지 못하여 몇 시간.  때로는 며칠이 걸릴 경우가 있다.


그래서 나는 자문건이 들어오면 일단 주니어 변호사에게 '질문이 애매하면 의뢰인에게 바로 전화 걸어서 질문이 무엇인지 질문하게 하고', '대략의 답변 방향에 대해 최대한 빨리 내게 초안, 목차 형태로 보고하게 한 다음 내 의견을 받은 후 구체적인 답변을 작성하게 하고', '답변의 형태도 의뢰인이 원하는 분량으로 맞춰서 하라'고 지시한다.


어떻게 보면 고참의 시간당 비용이 높은 이유는, 고참은 '일머리'를 잘 알기 때문이리라.


이는 변호사 뿐만 아니라 모든 직역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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