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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Oct 08. 2023

로펌 사이즈가 그리 중요한가?



<Inside Law Firm> 사이즈가 그리 중요한가?




# 1


김 노인은 슬하에 7남매를 두었다. 장남은 대학교수, 차남은 고위공무원, 딸들은 선생님, 화가 등. 7자식 모두 잘 키웠다고 동네에서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런데 추석명절에는 시골 집에 내려와 보는 자식이 없다. 노인 부부가 차례를 지낸다. 7남매가 매번 바쁘단다(해외 세미나, 출장, 국정감사 준비, 아이 대학 준비 등등)




박 노인은 무남독녀 딸 하나를 두고 있다. 시골에 같이 살고 있다. 딸이 참 효녀다. 어찌나 박 노인 부부를 정성껏 모시는지. 박 노인은 같은 마을 김 노인이 별로 부럽지가 않다.




#2


로펌 관련해서 소비자들이 참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과연 그 로펌에는 변호사가 몇 명 인가요?’이다. 그래서 중앙 일간지들이 연초에 ‘A로펌 변호사 000명. B로펌 변호사 %%%명’이라는 비교기사를 낼 때면 로펌 매니지먼트가 난리가 난다.




‘B로펌은 한국변호사 외에 외국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까지 포함한 숫자다. 그건 빼야 한다.’,




 ‘A로펌은 전직 고관출신이면서 고문직에 있는 사람까지 포함한 숫자다. 고문들은 실무를 하지 않지 않느냐. 그 사람들은 빼야 한다.’




‘이것 저것 다 빼고 나면 우리가 저 로펌보다 3명 더 많다. 그런데 왜 우리가 4등으로 표현되어 있냐? 이거 고쳐달라.’




#3


로펌 내에 있는 변호사로서는 이런 기사도, 이런 매니지먼트의 반응도 좀 웃긴다. 변호사가 240명 있는 로펌이 변호사가 200명 있는 로펌보다 더 뛰어나다는 증거가 어디 있나? 




그리고 한 사건에 (실질적으로) 투입되는 변호사 숫자라고 해봐야 많아야 3-4명이고, 보통은 시니어 1명, 주니어 1명이 전담해서 하는데, 다른 부서 변호사 숫자가 무슨 의미 있단 말인가?




하지만 의뢰인들은 ‘윗 선에서 물어 봅니다. 어디가 2번째로 변호사 숫자가 많은지... 우리를 공격한 로펌이 1위 로펌이니 2위 로펌을 써야 한다고 말입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빅 로펌들은 경쟁 로펌보다 단 1명이라도 더 많은 수의 변호사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광고하고 싶어한다.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은 필요할 테니.




#4


또 이런 말도 자주 듣는다.




“변호사님, 상대방 준비서면을 보면 서면 끝 부분에 변호사가 6명이 도장을 찍었어요. 그런데 우리는 2명밖에 도장을 찍지 않았으니 숫적으로 밀리는 것 같은데, 괜찮을까요?”




하지만 로펌 출신 변호사들은 그 실체를 바로 알아차린다.




‘흠... 과연 준비서면에 기재되어 있는 변호사 6명이 같이 합심해서 이 준비서면을 썼을까? 그럴 리가...  보아하니 제일 위에 있는 양반은 고관 출신이라 이름 넣어주면서 병풍이 되어 준 것 같고, 두 번째 이 양반이 핵심 시니어 내지는 책임수행 변호사 같고, 제일 마지막에 있는 이 젊은 변호사가 주수행 변호사겠구나. 중간에 있는 변호사들은 같은 파트에 있는 변호사들인가 보네.’




그러면서 역시 또 생각한다. ‘의뢰인들은 눈에 보이는 사이즈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구나’




서로 미루면서 효도를 잘 못하는 7남매보다, 부모 가까이에서 잘 모시는 한 명의 딸이 더 나은 법인데 말이다. 이런 사이즈에 관한 환상 내지 미신은 시장에 항상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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