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합주부 이근우 쌤 이야기

by 조우성 변호사

#1


저는 밀양중학교 시절 3년간 합주부(악대부)에서 음악을 배웠습니다(바이올린). 자발적으로 배웠다기 보다는 합주부에 차출되어 반강제로. 1980~2000년 사이에 밀양중학교를 다닌 분들이라면 다들 아실 겁니다. ‘제발 합주부에 차출되지 말아야지’라고 다들 속으로 빌었지요.


워낙 합주부 군기가 빡세고, 또 주중, 주말에 계속 연습을 해야 했으니. 학생들에게도 학부형들에게도 선생님들에게도 합주부는 별 인기가 없었지요.


#2


이근우 샘은 아주 무서운 분으로 유명한 분이었지요. 결혼도 안하시고 평생을 시골학교에서 촌놈들 음악 가르치는 일에만 집중하셨으니. 그렇게 저렇게 반강제적으로 3년간 합주부 생활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했습니다. 평생 맞을 빳다(!)를 그때 다 맞은 듯 했고, 각종 행사에 동원되어 반주도 했고, 도 대회 나가서 1등도 하고. 저는 악장 겸 부장이라서, 애국조회 때 항상 단상에 서서 애국가 지휘하고, 퇴장 행진곡 지휘하고.


#3


당시는 그리 힘들었는데, 나이 들고 보니 그때 경험이 너무 소중했지요. 합주부 선후배는 수시로 이근우 샘을 찾아가서 만나 뵙고 그랬습니다. 여전하시던 샘. 제 기억에 샘은 1936년생입니다.


2013년 12월경, 세바시에서 선생님을 위한 강연행사를 한다고 하면서 제게 강연을 요청해서, 저는 이근우 샘 이야기를 풀어내보고 싶었습니다. 언젠가 한번은 세상에 ‘이런 샘도 계신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지요.


#4


2013년 12월, 세바시 행사에서 저는 15분간 중학교 때 합주부 생활이 얼마나 제게 큰 영향을 줬느지 자세히 설명했고 (영상 : https://youtu.be/6q7ENjDrSS8?si=dS1Sqatn4QIwII0O ),

그 자리에 이근우 샘을 모셨고, 이근우 샘은 제 강연이 끝난 후 무대에서 5분 정도 재밌는 말씀도 해주셨답니다.

(영상 : https://youtu.be/TOdgnrx8K0s?si=6rlUvj3wL9Kl1YnK )


저는 그 영상을 다운로드 받아서 전자액자에 담아서 샘께 보내드렸지요. 심심할 때 보시라고.(첨부 사진 1, 2)



#5


세월이 흘렀습니다. 후배들에게 한번씩 연락을 받는데, ‘선배님, 이번에 이근우 샘 뵈러 갔는데, 선배님 말씀을 엄청 많이 하셨습니다. 세바시 영상도 보여주시고. 제자 키운 보람 있다고 여러번 말씀하였습니다.’는 말이 꼭 빠지지 않았지요. 전 내심 흐뭇했습니다.


#6


항상 마음속 걱정 하나. 이근우 샘은 결혼을 안하셔서 가족이 없으신데, 저 연세에 아프시면 어떡하나. 그러다 바로 그제(10/13) 고향후배로부터 연락 받았습니다. 이근우 샘이 창원 병원 중환자실에 계신다고.


결국... 일단 가장 걱정된 것이 가족도 없으신데 어떤 식으로 케어를 받고 계신지가 궁금했습니다. 수소문 끝에 지금 이근우 샘을 곁에서 돌봐주시는 분과 연락이 닿았고, 전반적인 상황을 파악했습니다(병명, 현재 상황 등). 병원비 등이 걱정돼서 여쭤봤는데, 선생님이 미리 이런 일을 생각하시고 준비해 두셨더군요.


#7


언젠가는 이런 순간이 올 줄 알았는데. 일단 지금은 급한 고비 넘기시고 모 요양병원에 계신답니다. 다만 00절제술을 하셔서 말씀은 못하시고 필담만 가능한 수준. 4개월 째 병원에 계신 상황이니. 그래서 일단 제가 다음주에 병원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세바시에서 영상을 남긴 이유도, 사람들에게 이근우 샘의 존재를 오랫동안 알리고 싶어서였었는데...


밀양중학교에서 합주부 생활을 했던 선, 후배님들께 요청 한가지 드립니다. 제게 페북 메시지나, 이메일(wsj@mustknow.co.kr)로 ‘저는 밀양중 합주부에서 00년도에 트럼펫을 했던 000입니다. 선생님, 쾌차하세요!’라는 식의 메시지를 보내주세요. 제가 그거 다 취합해서 갖고 가고, 또 보호자분께도 수시로 전달해 드릴게요. 제자들을 끔찍이 사랑하시는 샘께는 큰 힘이 될 것입니다.


#8


제가 앞으로 수시로 상황을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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