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째 선물을 보내오는 후배

인사이드 로펌

by 조우성 변호사

어느 후배가 있다. 추석과 설마다 한라봉 세트를 보내오는 A라는 이름의 후배. 방금도 그가 백화점에서 선물을 보낼 거라는 연락을 했다. 이 후배를 생각할 때면, 가슴 한편이 먹먹해진다.

1997년, 신참 변호사 시절의 이야기다. 처음으로 나를 찾아온 그 후배는 사법시험 준비를 위해 은행 대출을 받으려 했고, 나에게 연대보증을 부탁했다. 당시 그의 눈빛은 간절했고, 나는 망설임 없이 그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그때, 대학에서 채권법을 가르치셨던 고 H교수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보증은 절대 서지 않는 거다." 하지만, 그 후배의 상황을 생각하며, 나는 그 교훈을 뒤로하고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그 후배는 결국 2년 더 사법시험에 도전했으나, 꿈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고 모 기업의 법무팀에 입사했고, 대출금도 스스로 갚았다. 나에게는 아무런 피해도 없었다.

그로부터 20년이 흘렀다. 그는 매년 추석과 설마다 선물을 보내온다.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꾸준히 20년 동안이나. 나는 때때로 그에게 "매번 왜 선물을 보내느냐"고 물었지만, 그는 그저 웃으며 계속 보냈다.

그의 행동 속에서 나는 깨달았다. 간절한 시절, 받은 도움은 오랜 시간 동안 그의 마음속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나 또한, 과거에 도움을 준 이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교훈을 배웠다.

이 후배의 이야기는 나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사소한 도움이라도 그것이 누군가에겐 큰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인간적인 연결고리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그 후배의 선물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그가 건넨 따뜻한 마음과 인생의 교훈이었다. 내가 그 후배에게 준 것보다, 그가 나에게 준 것이 훨씬 더 크고 소중한 것임을 이제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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