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이변호사, 태평양 로펌에 가다>(7) 로마병정 이야기
#1
변호사라고 법에 대해 모두 다 잘 아는 것이 아니다. 특히 강제집행 관련해서는 변호사들이 많이 약하다. 의뢰인 입장에서는 실제 돈 받는 것이 제일 중요한데, 변호사들의 주업무는 돈을 받기 위해 판결을 받아주는 데 까지이고 그 이후 실제로 돈을 받는 집행의 단계는 법무사나 채권추심업체가 더 전문성이 있다.
다만 로펌에서는 주로 여성들이 맡는 비서직 외에 남성들이 맡는 사무직이 따로 있다. 그 사무직들이 주로 하는 일이 집행 관련 일이다. 따라서 변호사들도 업무를 하다가 집행 부분에서 막히면 사무직 분들에게 SOS를 치곤 한다.
#2
내가 신입일 때는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았는데, 더구나 집행은 완전히 깡통 수준이었다. 물론 선배들에게 물어보면 경험 있는 선배들은 원포인트 레슨을 해줄 수 있겠지만, 선배들에게 자꾸 뭔가를 물어본다는 것은 영 찜찜했다.
그런 나에게 항상 큰 힘이 되어 준 사람이 박희봉 대리였다. 나이는 나보다 1살 어렸는데, 태평양 기준으로는 나보다 3년 선배였다. 덩치도 크고, 씩씩하고, 일을 어찌나 시원시원하게 하는지. 로마병정. 이게 박 대리의 별명이었다.
나는 집행 관련해서 문제가 생길 때마다 박희봉 대리를 찾아갔다. 박 대리는 대부분 즉답을 하기도 했고, 자기가 잘 모르는 부분은 책을 찾거나 다른 사무소의 직원들에게 물어서라도 내게 답을 가르쳐줬다.
#3
건물명도 사건 집행하러 나갈 때였다. 건물명도 사건에서 승소를 했는데 피고가 계속 퇴거를 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집달리(집행관)에게 신청을 해서 피고(임차인)의 짐을 강제로 끌어내는 자리였다.
굳이 담당 변호사가 그 자리에 나갈 필요는 없었으나 중요 고객의 사건이라 선배가 날 더러 나갔다 오라고 했다. 나는 혹시 그 자리에 갔다가 멱살이라도 잡히는 거 아닌가 싶어서 걱정됐다. 아, 그런데 로마병정 박 대리도 같이 간단다.
생각보다 현장은 평온했다. 나는 그래도 몰라서 박 대리 뒤에 숨어서 고개를 살짝 내밀고 어떻게 집행을 하는지 살펴보았다. 박 대리는 집달관들을 잘 리드하며 30분 만에 집행을 완료했다. 큰 일을 해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4
박 대리는 아침에 일찍 출근하기로 유명했다. 내가 일이 있어서 좀 일찍 나와도 항상 박 대리는 자리에 앉아 있었다.
“맨날 이렇게 일찍 옵니까?”
“네, 전 7시면 옵니다. 와서 공부합니다.”
“무슨 공부? 영어?”
“아... 뭐. 좀 하는 게 있습니다. 허허”
#5
그로부터 몇 년 뒤 사내에서 소문이 돌았다. 박 대리(그때는 박 과장)가 회사를 그만둔다는 거였다. 아니 왜? 승진도 하고 일 잘하는 걸로 인정 받고 있는데?
알고 보니 법무사 시험에 합격해서 법무사 개업을 한다고 했다.
아하!!!! 그럼 그렇지. 법무사 시험 준비하고 있었던 거구나.
내게 인사하러 온 박 대리에게 나는 축하한다며 그 동안 내가 귀찮게 했다고 인사했다.
박대리는 사람 좋은 웃음을 웃으며 “많이 여쭤봐주셔서 제가 공부가 많이 됐습니다. 건승하십시오.”라며 인사를 했다.
바쁜 업무 중에도 아침 시간을 이용해서 결국 자신의 목표를 이뤄낸 박 대리. 아니 박 법무사. 멋지다.
세월이 흘러 흘러 2023년 현재도 난 급한 일이 있으면 전화를 든다.
“어이, 박 법무사. 오랜 만이네. 잘 지내지? 몇 달 만에 전화하네. 이거 자본감소 등기할 때 말이지, 필요 서류 중에 말야....”
여전히 박 법무사는 내게 든든한 로마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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