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이 변호사, 태평양 로펌 가다>(18) 황변호사님을 만나다
#1
지난 회에서 밝힌 대로 얼떨결에 나는 2년차부터 IP팀에서 일하게 되었다. 하지만 뭔가 찜찜한 구석이 많았다. 왜 그 팀에는 주니어들이 버티질 못하는 건가? 이건 앞으로 내 진로와도 직결되는 문제였기에 간단히 생각할 일이 아니었다. 나는 여러 채널을 가동하여 좀 더 상황파악을 해봤다.
옆 방에 있는 선배 강 변호사에게 물어봤다.
“선배님, 황보영 변호사님은 어떤... 분인가요?”
그러자 강 변호사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런...걸... 왜 내게 물어보나? 딴 데 가서 알아봐.”
잉? 이건 무슨 반응이지?
다른 선배 박 변호사에게 똑같이 물어봤다.
“흠... 뭐 사람마다 다 장단점이 있지. 그 양반도 나름 장점이 있지 않겠나? 뭐 단점만 있겠어?”
잉? 뭔 대답이 이래?
또 하나 확인한 사항. 오양호 변호사님은 IT팀의 대빵인 건 맞지만, IP와 IT의 통합 대빵이기도 했다. IP팀에서 자꾸 주니어들이 못 버티고 나가자 가장 골치가 아픈 것은 오양호 변호사님 본인이었다. 그러다가 내가 생글생글 웃으며 IT팀으로 간다고 그랬으니, 일단 IP팀에 배속시킨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
야... 지난 1년(1997년)도 만만치 않았는데, 이거 완전 제 발로 호랑이굴로 들어가는 형국이잖아. 일단 내가 파악해 본 바로는 황보영 변호사님은 서울 법대 83학번, 지적재산권 전공, 태평양에서 유일한 여성 파트너, 대구 출신이라는 정도. 잉? 여자분이셨어? 난 당연히 남자인 줄 알았다. 같은 로펌에 있어도 1년 동안 전혀 그 분 성함을 듣지 못했었는데. 하기야 부서가 완전 다르니.
뭐.. 군법무관 때 아주 무서운 사단장을 보좌하기도 했는데. 이 정도는 버티면 되지. 스스로 마음을 굳게 먹었다.
#3
지재권 팀으로 방을 옮기고 제일 처음 황보영 변호사 방에 인사하러 갔다. 오? 의외로 아주 인상이 좋으시고 목소리도 온화하셨다.
“오, 조변호사. 환영해요. 이렇게 IP팀에 스스로 지원하다니. 고맙네.”
“아,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황보 변호사님.”
“뭐? 니 방금 뭐라캤노?”
갑자기 황변호사의 경상도 사투리가 튀어나왔다.
아... 황보 변호사? 황보영? 황보 영? 성이 황씨인거였나? 이런 실수를.
“아, 죄송합니다, 황 변호사님.”
“뭐... 잘 몰라서 그런 거니까. 그런데 적어도 같이 일할 사람의 성(姓)도 모르는 건 좀 문제인 거 같은데?”
아씨...처음부터 이게 뭐람. 나는 식은 땀을 흘렸다.
“됐고, IP팀에서는 그동안 조변이 안 해 본 일이 많을 테니 많이 배워야 할 거요. 힘들겠지만 그게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일일 테니 잘 해 봅시다.”
나는 “네!”하고 큰 소리로 대답했다.
황 변호사는 만족한 듯 웃었다.
휴... 하고 황 변호사 방을 나오는데 마침 오양호 변호사가 그 앞을 지나갔다.
“그래, 조 변호사. 방을 옮겼구나. 하여튼 IP 열심히 배우고 있어. 때가 되면 IT에서 부를 테니까. 알았지? 파이팅!”
아... 이거 좀 말린 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