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잉어사건 (2)

by 조우성 변호사

<뚜벅이 변호사, 태평양 로펌 가다>(24) 잉어사건 (2)

#5

소송이 진행되면서, 원고(우리)는 피고측 양어장에 대해 증거보전(상태를 변경하지 못하도록 현장보존하는 것) 신청을 하고, 그 양어장 물과 거기서 살던 잉어들을 확보했다.

피고인 관리인은, 자기네 양어장에서는 아무런 피해가 없는데, 박 회장 연못에서 폐사가 발생한 것은 박 회장 연못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지 자기와는 상관없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펼쳤다. 그리고 자기네 양어장에 있는 고기들은 하나같이 건강하다는 진단서도 제출했다. 일리가 있는 반격이었다.

소송은 우리에게 불리하게 진행되고 있었고, 우리는 뭔가 한 방이 필요했다.

그런데 권 이사가 탐문해 본 바에 따르면, 6개월 전에 관리인이 양어장 물을 한번 갈았고, 그때 고기 여러마리가 폐사해서 급히 뒤처리를 한 것을 보았다는 이웃 주민을 찾아냈다는 것이다. 이건 아주 중요한 간접증거가 될 수 있었다.

나와 권 이사는 그 주민을 만나서 사정을 청취하고 증인으로 꼭 나와 달라고 부탁했다.

#6

재판을 진행하면서 권 이사와는 많이 친해졌다. 권 이사는 내게 말했다.

“변호사님, 저 아직 대학생 아들 둘이 있습니다. 학자금을 회사에서 지원받고 있는데, 만일 저 이 소송 잘못되면 어찌될지 알 수 없습니다. 우리 아들내미들 대학은 마칠 수 있게 해주십시오. 꼭 부탁합니다.”

그냥 빈 말로 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박 회장은 이 사건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계속 진행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괴팍한 성격으로 업계에서 소문이 자자한 박 회장이 막상 패소하고 나면 어떤 파장이 일어날지 짐작할 수 없었다.

나도 부담이 이만저만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 즈음 꿈속에서 잉어에게 물리거나 잉어에게 쫓기는 악몽을 여러 번 꿨다. 점점 잉어라는 생물 자체가 싫어지고 있었다.

#7

우리가 신청한 증인신문이 진행되었다. 그런데 결과는... 상당히 애매했다. 아무리 점수를 잘 줘봐도 60점 정도. 정작 중요한 부분에서 얼버무리는 식의 증언이 이어졌다. 판사도 고개를 갸웃했다. 아... 이대로 가면 결과를 자신할 수 없는데...

판사는 직권으로 조정기일을 잡았다. 조정기일에 원, 피고 측에게 상당한 압박을 가하던 판사는 자신이 일정한 선을 정해서 화해권고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사건을 판결로 하는 것은 서로에게 부담스럽다면서 화해로 끝마치자고 사정, 애걸, 협박을 동시에 했다. 판사는 며칠 뒤 우리 청구금액의 65%를 인정해주는 화해권고안을 보내주었다. 이 화해권고안에 대해서 양측이 14일 이내에 이의제기를 하지 않으면 이대로 확정판결과 똑같은 효과가 생긴다.

#8

일단 우리 의뢰인인 박 회장은 권 이사의 보고를 받고는 흔쾌히는 아니지만, ‘뭐, 그 정도면 분풀이는 됐다. 이 정도 하자.“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됐다!!! 나는 피고측이 이의제기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정말이지 정말이지 간절히 기원했다.

이의제기기한 14일이 지나도록 상대방도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 야호!! 사건이 끝이 났다.

권 이사는 아들네미들 대학 무사히 마칠 수 있게 되었다면서 기뻐했고, byh 는 중요 고문기업과의 관계를 계속 가져갈 수 있어서 흐뭇해했다.

나는 잉어에 관심이 생겼다. 세상에, 한 마리에 2000만원? 어린 잉어는 비싸지 않다고 했다. 좋은 놈을 골라서 잘 키워서 그 까만 무늬가 머리쪽으로 싸악 올라가면, 대박이란다. 잉어 재테크라도 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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