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나의 버팀목 - 2편

by 조우성 변호사

<뚜벅이 변호사 태평양 로펌 가다>(34) 나의 버팀목 - 2편

#5

그 막내 변호사가 내 뭔가를 건드렸다. 이 사건은 무조건 이기고야 말리라 다짐하고 기록을 씹어 먹을 듯 탐구했다. 그 어떤 사건보다 초집중으로 임했다.

물론 다른 사건이라고 건성으로 하지는 않았지만 이 사건은 내 자존심이 걸렸다는 생각으로 들입다 파기 시작했다.

그 뒤로도 이상하게 재판날마다 EIH에게 중요한 일이 생겨서 나 혼자 나가는 일이 많았다. 나는 이번에는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만반의 준비를 했기 때문에 재판부의 질문에 잘 대답할 수 있었고, 우리가 해야 할 주장을 빠짐없이 법정에서 토로할 수 있었다.

#6

A캐피탈에도 여러 번 회의차 방문했다. 히스테리컬한 그 대표는 여전했다. 하지만 내가 사건을 완전 파악하고 있었기에 그 어떤 질문에도 제대로 답할 수 있었고, 어떻게 사건을 풀어가야 할 것인지 나름의 전략도 제시했다.

나보다는 10배는 바쁜 듯한 EIH는 옆에서 나를 흐뭇하게 지켜봤다. 정말 내가 생각해도 든든할 정도로 준비를 많이 했다.

10번 정도의 변론기일과 증인신문기일이 지났다. 그리고 선고일.

우리는 세상에.... 100% 승소했다. 와우~~~!!! 나는 김앤장의 그 막내 변호사 얼굴을 떠올리며 쾌재를 불렀다.

#7

사실 그 사건은 EIH도 얼떨결에 수임한 사건이었는데, 의뢰인이 하도 까칠하게 굴어서 애를 많이 태웠던 사건이라고 했다.

“조변호사가 신입이라 이런 사건을 맡겨도 되나 싶었는데, 어느 순간 보니 눈에 광채가 빛나더라구. 변호사들이 사건을 처리하면서 정말 이기고 싶을 때 그런 눈빛이 되는데 자네가 그랬어. 사실 자네 선배인 이형석 변호사(HSL)나 오정면 변호사(JMO)를 추가로 배당시킬까도 했는데. 문득 옛날 생각이 나더만.”

“나도 ISK(김인섭 대표변호사님)에게 일 배우면서 재판 나갈 때, 나는 신입인데 상대방은 고등법원 부장 출신의 대단한 사람이었지. 얼마나 떨리던지. 그런데 ISK가 그러시더라. ‘황변, 이제 변호사 됐으면 다들 똑같은 거야. 떨지마. 다윗이 되어 골리앗을 쓰러뜨리라구’라고 말씀해 주셨어. 한번 해봤지. 승소가 되더라구. 신입이 고참을 이거더라구. 그려면서 자신감이 붙더라. 나는 이 사건이 조변에게는 그런 사건이 될 것 같았어. 상대가 또 김앤장이잖아? 김앤장하고 붙어서 이겨보면 겁날 게 있겠어? 안 그래?”

#8

결과론이지만 EIH 말이 맞았다. 김앤장 고참들을 상대로 완승하고 나니 겁날 게 없었다. 탄력이 붙는 느낌. 그리고 변호사로서의 내 키가 한뼘은 커진 느낌.

어떻든 EIH는 그 사건을 승소함으로써 A캐피탈에 체면이 섰다. 동시에 EIH에게 나는 ‘아주 열심히 일하는 근성 있는 변호사’로서의 이미지 메이킹을 하게 되었다.

EIH는 그 후 태평양에서 내가 생활하면서 여러 번 위기에 부딪혔을 때마다 내게 큰 힘을 실어주게 된다. 든든한 내 버팀목이 되신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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