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이 변호사 태평양 로펌 가다>(39) 유학과 파트너 승급
#1
“유학은 전부 다 보내주는 거야?”
입사동기들이 정보 교류차 모인 자리에서 누가 물었다. 정보통 송 변호가 설명했다.
“응, 본인이 원하면 다 보내준대.”
“그럼 월급도 줘?”
“급여를 다 주는 건 아니고 일부 급여, 생활비, 학비 등을 지원해 줘”
“야... 그거 좋은데?”
놀라운 일이었다. 일을 안 해도 급여도 주고 생활비도 주고 학비도 준다고?
#2
“그럼 유학가서는 뭘 하는 건데?”
송 변호사는 역시 막힘없이 술술 설명했다.
“미국 로스쿨 LLM 과정을 가는 게 일반적이야. 이건 미국 로스쿨에서 만든 과정인데, 외국에서 법학을 전공한 사람(법학 학사)을 대상으로 1년짜리 과정을 진행시키고, 이걸 마치면 미국 변호사 시험(Bar Exam)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줘. 한국 변호사들은 영어만 어느 정도 되면 1년 공부하고 미국 Bar Exam은 쉽게 딸 수 있대. 물론 이 시험도 주(State)별로 보는 건데 뉴욕이나 캘리포니아 변호사 자격을 따는 게 가장 정평이 나 있어.”
난 궁금해서 물어봤다.
“한국에서 변호사로 일만 하다가 갑자기 미국가서 1년 동안 영어로 배운 다음 영어로 변호사 시험을 보는 게 쉬운 일인가? 합격률이 높아?”
“지금까지는 거의 다 합격했대. 이거 떨어지면 망신살 뻗치는 거지. 은근히 부담을 느낀다고는 하지만 아직 우리 로펌에서는 불합격한 사람이 없대.”
그게 진짜 가능한 일인가 싶었다. 영어 울렁증이 있는 나로서는.
나는 다시 물어봤다.
“그럼 유학하고 오면 영어도 잘하게 되고 그런 건가?”
“그건 또 그렇지 않아. 대부분 읽고 쓰는 훈련을 하는 거라서. 그리고 거기도 우리나라 신림동 학원들처럼 Bar Exam을 위한 학원이나 교재가 많이 있어서 그걸 갖고 달달 외우면 웬만큼 시험에 합격한대. 실제 우리 선배들 중에는 유학 다녀와도 영어로 말하는 것은 영 자신없어 사람들이 많이 있어.”
#3
“근데 놀랍다. 유학 보내줄려면 1명당 돈이 꽤 들텐데, 그걸 로펌이 부담한다는 게 말야.”
“그건 또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 로펌들이 초기에 자리 잡으려 할 때 사법연수원성적이 좋은 우수인재를 데려 오려고 노력해야했지, 다들 판, 검사 임용되려고 하는데, 그 사람들을 스카웃하려면 멋진 유인책이 필요하잖아? 그래서 이 제도가 도입되었다고 해. 또 현실적인 이유 중의 하나는, 보통 5년차에 유학을 가는데, 빅 로펌에서 5년 정도 일하면 사람이 너덜너덜해진대. 사무실에 있어봐야 도움이 안되는거지. 심심이 피폐해서. 차라리 유학이라도 다녀와라 그러면서 보낸다고도 해. 강제 휴가를 보내는 거지. ”
아, 그랬구나. 결국 남아 있는 동료들이 돈을 벌어서 유학 간 동료들의 학비와 생활비, 월급을 대주는 구조였다.
#4
“유학은 꼭 가야 하는 건가? 차라리 ‘계속 사무실에서 일할 테니 돈 더 주세요.’라고 할 수도 있잖아?”
“뭐, 그럴 수도 있겠지. 오히려 그렇게 하는 것이 회사측에는 더 유리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그런 사람은 없대. 다들 유학은 챙겨서 간다고 하더라구.”
“유학 다녀오면 다 파트너로 승급하는 건가?”
“지금까지 태평양에서는 파트너 승급의 공식 같은 게 있지. 우선 1년차때는 일반 부서(송무 혹은 자문)에서 일을 하고 2년차부터 특정 부서에 뿌리를 내린 후 전문성을 쌓은 다음, 너덜너덜해진 5년차 때 유학을 가서 1년 동안 LLM 밟고, Bar Exam 통과한 다음, 미국 로펌에서 인턴 비스무리한 거 몇 개월 하다 돌아와서 파트너 승급하는 과정. 이거지. 거의 선배들 100%는 이 과정을 밟고 있어.”
대략 앞으로 나의 삶이 그려졌다. 남들이 가는 저 길을 별 이상없이 밟아가면 된다는 거지?
하지만 나는 저 길을 가지 못했다. 아니 가지 않았다. 우리 동기들 중 유일하게 유학을 가지 않는 사람이 된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차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