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차량팀과의 관계

by 조우성 변호사


<뚜벅이 변호사 태평양 로펌 가다>(40) 차량팀과의 관계


#1


“변호사님, 차량팀의 강 기사님이 퇴사 인사 오셨더랬습니다. 오늘까지만 근무하신다고 합니다.”


아... 일이 그리 된 것인가. 나는 강 기사 핸드폰으로 전화를 돌렸다.




#2


로펌에 들어오니 좋은 것 중에 하나가 대부분의 외부 업무를 할 때 차량이 제공된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목요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재판을 가야 할 경우 미리 예약을 해 놓으면 비슷한 시간대에 그쪽으로 갈 일이 있는 변호사 2-3명을 모아서 1대의 차량이 출발한다. 돌아올 때도 시간을 맞춰서 같이 돌아온다.


법원이나 검찰 가서 주차를 하기 위해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예를 들어 지방재판(대전이나 춘천)의 경우는 아침 일찍 움직여야 할 때는 차량이 집 앞으로 배치된다.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되니 가면서 쉬기도 하고 기록도 보고. 참 편했다.




#3


강 기사. 나보다 두 살 어린, 차량반에서는 젊은 축에 속하는 운전기사였다. 대전 재판에 혼자 가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친해졌다.


멀리 재판을 갈 경우 시간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변호사들은 다른 일을 하다보면 꼭 늦게 출발하게 될 때가 많다. 10:00 대전 재판에 맟추려면 07:40에는 승차해야 하는데, 늦게 일어나서 08:00나 그 이후에 차를 타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어쩔 수 없이 과속도 해야 한다.


지나 번에 춘천재판을 가야 할 때 내가 늦게 승차하는 바람에 담당 기사에게 부탁했다. “좀 밟아주세요.” 그랬더니 그 기사가 차분하게 말했다. “그러다 딱지 나오면 제 책임입니다.”


“잉? 아니 그게 왜 기사님 책임이예요? 변호사가 늦게 타서 그런 건데? 그리고 과태료 나오면 변호사가 내면 되잖아요?”


“그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차량반은 차량반 나름의 기준이 있거든요. 변호사님들을 독려해서 제 시간에 탑승하게 하는 것도 기사의 책임이라고 합니다. 과속을 하게 되면 변호사님 안전에 문제가 생기잖아요. 당연히 과태료 나오면 그건 기사들이 책임을 지고, 인사고과에도 안 좋게 반영이 돼서 재계약할 때 불리하게 됩니다.”


아... 그래? 너무 빡세다. 차량팀 입장에서는 그렇게라도 관리를 해야 하는 건가...싶었다.




#4


춘천 재판 날, 그 날 나는 다소 늦게 탑승했다. 담당 강 기사는 내가 초조해 하자 뒤를 보며 말했다. “변호사님, 재판 늦으면 안되시죠?” 난 조심스레 말했다. “네... 그렇긴 한데...”


“알겠습니다!” 그러더니 강 기사는 속도를 냈다. 분명 정상속도보다는 빨리 달렸다. 급차선 변경도 했고. 나는 혹시라도 사진에 찍힐까봐 불안해 했다. 강 기사가 서둘러 준 덕분에 재판을 늦지 않게 하고 올 수 있었다. 춘천 간 김에 같이 닭갈비를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신혼이었고, 와이프는 임신 8개월. 곧 출산을 앞두고 있었다. 과속하면 불이익이 있지 않냐고 했더니 “그래도 저희가 하는 일이 제 시간에 모셔다 드리는 일 아닙니까? 그걸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군에서 운전병을 했다는 강 기사. 참 사람이 좋아보였다.



#5


그런 강 기사가 회사를 그만두게 된 것이다. 다른 기사를 통해 들은 바에 따르면, 강 기사가 과속딱지가 많았고, 또 어떤 변호사들은 강 기사가 차를 험하게 몬다는 점을 지적했다는 것이다. 이런 평가는 기사들에겐 치명적이라고 한다. 아닌데... 내가 강 기사 차를 여러 번 타봤지만 바쁠 때가 아니면 험하게 몰지 않던데... 나는 강 기사와 전화로 작별인사를 나눴다.




#6


그로부터 며칠 후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대학 친구가 전화가 왔다. 이런 저런 근황 토크를 하다가 그 친구가 내게 말했다.


“조변, 혹시 주위에 믿을만한 사람 하나 없나? 내 차 운전도 하고 행정적인 업무도 할 수 있는.. 좀 괜찮은 사람 말야.”


난 눈에 불꽃이 팍 튀었다. “있다! 있어! 진짜 있다! 내가 강추한다.”


강 기사는 그 친구의 운전기사 겸 비서로 채용되었다. 휴... 진짜 잘되었다.




#7


“변호사님, 차량반장님이 차 한 대 급히 더 준비하셨대요.”


어? 아까 서부지원 갈 차가 없다고 했는데?


“차량반장님이 직접 가시기로 했대요.”


반장이 직접? 그렇게도 하나?


차를 타고 서부지원으로 가는데 차량반장님이 날 돌아보며 한 마디 했다.


“변호사님, 강 기사 취직시켜 주신 거 감사합니다. 저도 회사 정책땜에 어쩔 수 없었는데. 마음이 쓰였는데...”


아. 그래서 그랬구나.


나는 그 뒤로로 차량반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서 여러모로 다른 변호사들보다 편했었다.












태그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39) 유학과 파트너 승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