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팀간 협업에 대해

by 조우성 변호사


<뚜벅이 변호사 태평양 로펌 가다>(42) 팀간 협업에 대해




#1


“변호사님, 소송건 하나 배당되었네요. HSL에게 설명 들으신 거 있으세요?”




“아니, 아직 없어요. 뭐 좀 있다 설명하시겠죠.”




일단 배당표가 내 앞으로 왔다.




배당표에는 ‘의뢰인 : 현대건설’, ‘사건명 : 토지인도’, ‘수임변호사 : JSL’, ‘담당변호사 : JSL/HSL/WSJ’라고 표시되어 있다.




현대건설이 토지인도 사건을 맡겼고, 이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는 JSL(이재식 변호사)이고, 이 사건을 실제로 수행하는 것은 JSL(이재식), HSL(이형석), WSJ(조우성) 이렇게 세사람이라는 의미다.




보통 로펌에서 변호사 혼자서 사건을 담당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최소 2명이고 많을 때는 5, 6명이 투입되는 경우도 있다. 위 ‘JSL/HSL/WSJ’를 기준으로 보면 제일 왼쪽에 있는 변호사가 제일 고참, 중간에 있는 HSL이 중간 년차, 제일 오른쪽에 있는 WSJ가 가장 막내이면서 실제 문서 작성을 가장 많이 하는 변호사다.




#2


얼마 지나지 않아 HSL(이형석 변호사)의 전화가 왔다.




“조변, 현대건설 사건 하나 배당됐지? 오늘 JSL과 같이 상담한 건이야. 알겠지만 현대건설은 우리 로펌의 가장 중요한 클라이언트고 JSL이 특별히 신경쓰고 있으니 준비에 차질 없도록. 토지인도 소장을 쓰면 되는 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고. 상담 자료는 내가 지금 정리 중인데 곧 보내줄게. 1주일 내로 소장이 법원에 나가야 하니 그 전에 내게 소장 초안 써서 보고하도록 해.”




주니어 변호사들은 배당이 될 때 내 위에 어떤 변호사가 배당되어 있는지 유심히 살펴본다.




만약 YHO(오양호 변호사)가 제일 앞에 있으면, ‘아하, 이 사건은 전체적인 맥락만 잘 지켜서 가면 되겠구나. 세세한 건 주니어에게 별로 간섭 안 하시는 스타일이니...’로 생각한다.




그런데 만약 IMK(김인만 변호사)가 제일 앞에 있으면 ‘앗, IMK다. 바짝 긴장해야겠네. 디테일하게 다 챙기시는 분이니. 어리버리 초안 냈다가는 박살날 수 있어.’라며 주의를 한다.




#3


큰 로펌이 갖고 있는 강점은 여러 팀이 협조 하에 일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마치 종합병원에 가면 여러 과(科) 의료진들이 협진(協診)하는 것과 비슷하다.








“조변호사, 이 사건은 아무래도 공정거래팀의 도움을 좀 받아야겠어. 공정거래팀의 윤성운 변호사(suy)가 자네 동기지? 내가 그 친구를 추가로 assign할 테니 재판 준비할 때 윤변이랑 잘 협업을 하게.”




어떤 사건은 몇 개 팀(부동산 금융팀, 조세팀, 일반 송무팀)이 연합해서 사건을 진행하기도 한다. 물론 이렇게 진행할 때에도 메인으로 깃발을 잡고 가는 팀은 정해지기 마련이다. 대부분 그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가 속한 팀이 메인 역할을 하게 된다. 이 때 메인을 맡은 팀의 팀장 변호사는 다른 팀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그래서 각 팀 팀장은 다른 팀과의 관계 설정을 잘 가져두려 노력한다. 어차피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이런 협조를 구하려 할 때 평소 관계가 어떤가에 따라서 협조의 온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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