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평판 관리의 중요성

by 조우성 변호사

<뚜벅이 변호사 태평양 로펌 가다>(43) 평판 관리의 중요성


#1

“조변, 얼마 전에 파트너들끼리 골프를 치면서 얘기를 좀 했는데, 권 변호사의 조변에 대한 평가가 꽤 안좋더라구. 나는 조변이 일 잘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권 변호사는 단호하던데. 왜 무슨 일 있었어?”

byh(황보영 변호사)가 점심 시간에 내게 물어 보았다.

아하... 내 그럴 줄 알았다. 갑자기 입맛이 썼다.


참 이상한 일이었다. 궁합이라는 게 있는 건지. 일을 처리하다보면 이상하게 내가 실수를 자주 하게 되는 파트너 사건이 있는데, 권 변호사 사건들이 그랬다.


로펌에 들어오면 여러 선배들로부터 일을 받아 처리하게 된다. 어떤 사건은 due date도 잘 지키고 내용도 흡족하게 작성하는 반면 어떤 사건은 due date도 어기고 내용도 영 미흡하게 작성되는 결과를 낳는다. 만약 어떤 선배 사건에 관해서 연속해서 두 세 번 안 좋은 모습을 보이게 되면 그 선배에게 비치는 내 인상은 아주 안 좋아진다.


#2

byh가 말했다.

“조변, 앞으로 파트너 승급을 하려면 평판관리를 잘 해야 해. 파트너 승급할 때는 단 한 명이라도 강하게 반대하는 파트너가 있으면 승급이 힘들 수 있어. 나랑은 일 많이 하니까 잘하는 건도 있고 실수하는 건도 있을 수 있는데, 어쩌다 한 번씩 일을 맡기는 선배 일을 잘못 처리하면 그 선배에겐 안 좋은 인상만 남을 수 있어.”


난 말했다.

“네, 이상하게 권 변호사님 사건에는 마(摩)가 끼었는지 자꾸 실수를 하게 되요.”

“파트너들이 다 똑똑한 선배들이지만 그래도 자기가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주니어를 평가 해. 그리고 파트너들이 모여서 하는 말 중 가장 많이 하는 주제가 후배들 평가야. 그런 평가들이 누적이 된다는 점을 잘 알아둬. 이건 반드시 명심해야 해.”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도 자기 자식(?)이라고 이렇게 챙겨주는 byh가 고마웠다.


#3

나는 그 날 바로 선배들이 날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지 표로 정리해 봤다. 그 동안 내가 해당 선배들과 했던 일의 과정과 결과를 떠올리며, 거기다 선배들의 명시적인 반응까지 종합하여 학점을 매겨봤다.

우선 A 학점은 EIH(황의인), YHO(오양호), B학점은 byh(황보영), IMK(김인만), C학점은 이후동(HDL), 강현(HK)... 이런 식으로.




냉정하게 평가해보니 C학점으로 분류될 만한 선배가 3-4명 정도 되었다. 그래서 그 후부터는 특별히 C학점 선배들이 주는 사건을 최우선적으로 처리하려 노력했다. 모든 사건을 다 잘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겠지만, byh 이야기를 듣고 보니 이런 식으로 리스크 관리를 하지 않으면 나중에 낭패를 보겠다는 걱정이 되었다.


#4

뒤에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내가 파트너 승급심사에 들어갔을 때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반대하는 파트너가 여럿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파트너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나를 강력하게 지지해 준 선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EIH(황의인), byh(황보영)의 지지 지분이 컸다고 한다.

내가 파트너가 된 이후 후배들에게 똑같은 어드바이스를 줬다. 기복 없이 일정한 수준의 평판관리가 꼭 필요하다고...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42) 팀간 협업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