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이 변호사 태평양 로펌 가다>(45) 증인 선정과 증인 신문
#1
우리 재판 시작. HSL(이형석 변호사)와 나는 피고 대리인석에 앉았다. 증인으로 현대건설 최 부장이 나와 선서를 하고 증인석에 앉았다. hsl이 신문을 시작. 연습한 대로 하면 된다. 그런데... 최 부장이 덜덜 떨고 있다. 아니 왜 저러지? 너무 간단한 질문에도 땀을 흘리며 쩔쩔매는 모습이 역력. 우리가 묻는 주신문에도 저렇게 헤매는데, 상대방이 공격하는 반대신문에는 어떻게 대응하려고 저러나? hsl이 나를 돌아봤다. ‘아니, 사전에 충분히 리허설하지 않았어?’
#2
민사재판 마지막에는 증인신문이 진행된다. 원고, 피고가 주장을 많이 하더라도 그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제시되지 못하면 재판에서 진다. 증거에는 서증(書證 ; 서류증거)과 인증(人證 ; 사람증거)이 있다. 서증의 대표적인 예는 계약서고 인증의 예는 증인이다.
증인신문을 잘 진행하려면 두 가지가 선행되어야 한다. 첫째, 적절한 증인을 선정해야 하고, 둘째, 그 증인과 충분한 리허설을 거쳐야 한다.
#3
적절한 증인이란? 당연히 해당 사건을 경험했거나 그 사건을 잘 아는 사람을 말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송무 변호사들은 그 증인의 관상까지 본다. ‘관상’이라고 하면 좀 거창하고, 과연 그 증인이 증언을 했을 때 판사에게 비치는 이미지가 우리에게 유리할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다.
어떤 증인은 아주 미묘하게 ‘불신감을 팍팍’ 풍긴다. 어찌 말을 해도 저리 믿음성 없게 하는지... 그런 사람은 증인으로 세우면 안 된다. 어떤 증인은 일단 외모부터 학자풍이고, 목소리도 중후하며, 아주 신중하게 답변한다. 그리고 갑작스런 상대방의 질문에 대해서도 침착하게 대응할 것 같다. 이런 사람이 아주 좋은 증인이다. 의뢰인이 증인 후보를 추천하면 변호사는 그 증인을 만나서 면접(?)을 거친 다음 적절한 사람을 선택한다.
#4
다음으로 증인과 리허설을 거쳐야 한다. 증인을 불러 놓고, 법정의 구조와 분위기를 설명해 준다. 우리가 질문할 내용(주신문사항)에 대해 먼저 조율한다(“이렇게 물어보면 그렇다 라고 답할 수 있으신가요?”). 다음으로 상대방이 공격할 내용(반대신문사항)을 미리 예측한 다음 그 까다로운 질문에 대해 어떻게 답변하는 것이 좋은지 준비해야 한다.(“상대방 변호사는 분명 이 점을 물고 늘어질 텐데요, 이 때는 이러저러한 방법으로 설명하는 것이 좋겠습니다만...”)
#5
이번 현대건설 사건의 경우 회사 측에서 2명의 증인 후보를 추천했고, 나는 2명을 다 만났다.
우선 김 부장. 왜소한 체구에 왠지 불안한 눈빛. 목소리도 가늘었다.
다음으로 최 부장. 건장한 체구에 얼굴에 기름이 흘렀다. 굵은 목소리. 호탕했다.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아이스브레이킹을 했는데, 최 부장은 중동 공사현장에서의 일화를 전했다.
“저는 말이죠, 이라크에서 바지(barge)선(강, 운하, 바다 등에서 화물을 운반하기 위하여 만든 바닥이 평평한 선박) 띄워놓고 그 위에 폭탄 떨어지는 상황에서 공사했던 사람입니다. 중동을 다녀오지 않고는 노가다 밥 제대로 먹었다 할 수 없어요. 하하하. 쿠데타 일어나고 총 쏘고 난리도 아닌데, 그쪽 나라 사람들 통솔하면서 공사했지요.”
와, 대박... 딱이다. 호연지기.
“법정에서 내가 본 그대로 말하는 거 그게 뭐 힘들겠습니까. 하하하”
증인 최 부장 당첨. 나는 최 부장이 진술할 내용을 정리하고, 상대방이 질문할 내용도 미리 추려서 같이 리허설을 했다. 증인 회의 후 hsl에게 보고했다.“적절한 증인 선정했고 리허설도 마쳤습니다.”
#6
그 ‘폭탄 Guy’ 최 부장이 지금 법정에서 덜덜 떨면서 증인신문에 답하고 있다. 안 떨 거래매? 법정이 전쟁 상황보다 무서운가?
어찌 어찌 주신문은 마쳤다. 상대방 변호사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일어섰다. 반대신문을 하기 위해. 마치 먹잇감을 발견한 표범처럼 날카로운 눈빛이었다.
최 부장은 반대신문과정에서 횡설수설했다. 분명 예상 질문을 통해 연습을 했는데. 머리가 하얘진 것 같았다. hsl은 계속 나를 째려봤다. 난 억울했다. ‘저 분명 리허설 했단 말이예요.’
최 부장 덕분(?)에 100% 이길 수 있는 사건이 60% 이기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아... 증인 선정은 진짜 어려운 문제. 그 이후로 나의 증인 후보 감별은 더 신중에 신중을 기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