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로펌 변호사에서 사내 변호사로

by 조우성 변호사

<뚜벅이 변호사 태평양 로펌 가다>(52) 로펌 변호사에서 사내 변호사로


#1

“변호사님, 소식 들으셨어요? 형사팀 윤 변호사님이 LG그룹 임원으로 가시게 되었대요.”

“어? 그래요? 얼마 전 같이 회의했는데. 그때도 전혀 그런 말씀 없으셨는데.”


비서가 동료 변호사의 이직 소식을 전해줬다. 검사생활을 하다 태평양에서 변호사 생활을 한지 3년 정도 되는 분인데, 이번에 대기업으로 가게 되었단다. 며칠 후 동기모임에서 이 이야기가 화제에 올랐다.


#2

“빅펌에 있다 사기업으로 가기도 하나 봐?”

“그건 그리 흔치는 않아. 빅펌에 오는 사람들은 다들 능력 인정받는 사람들이라 굳이 월급만 받는 사내 변호사로 가려고는 하지 않지. 일한만큼 돈을 버는 바깥이 좋지. 하지만 LG그룹 같은 대기업에 임원으로 가는 건 또 이야기가 다르지.”


“윤 변호사는 왜 LG로 간대?”

“일단 생각보다 로펌 생활이 그리 즐겁진 않았나 봐. 로펌 생활이 좋게 말하면 다이나믹한데 성향이 그렇지 않은 사람은 좀 버거워 할 수 있거든. 그래서 내심 고민이 있었나봐. 윤 변호사는 이 고민을 집행부에 얘기했대. 그러자 집행부가 뭔가 방법을 찾으려 노력했고.”


“아니, 변호사가 로펌 생활이 안 맞는다고 하면 그냥 나가게 하면 되지 집행부가 뭘 해 줄 수 있다고?”


#3

“집행부에서는 자문을 주로 하는 변호사들에게 물어봤대. 혹시 우리 고문기업들 중에서 사내 변호사를 필요로 하는 그런 기업이 없냐고. 태평양에서 좋은 변호사 자원이 있으니 추천해 주겠다고 하고 알아보라고 했대.”

“우와, 무슨 집행부가 취직자리까지 알아봐 주나?”

난 신기했다. 그러자 정보통 송 변호사가 설명해 줬다.


“일단은 윤 변호사가 워낙 사람이 좋잖아. 만약 이상한 사람이면 로펌에서도 기업들에게 소개 못시켜주지. 괜히 소개시켰다가 욕 얻어먹게? 그리고 로펌 입장에서는 어차피 그 변호사가 바깥으로 나가야 한다면 우리 로펌이랑 관계있는 기업으로 ‘시집’보내는 것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결과가 되는 거야. 우리가 시집보낸 변호사가 큰 기업으로 간다고 해보자. 그 변호사는 그 기업의 여러 법률적인 문제에 대해 관여할 텐데, 그 변호사가 외부 로펌을 선정할 때 어디를 선정하겠어? 당연히 ‘친정’ 로펌에 맡길 확률이 높지. ”

“아... 그게 그렇게 되는 거구나.”


로펌에서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데, 보유하고 있던 변호사를 기존 고객으로 시집 보내고, 그 고객과의 관계를 더 돈독히 하면서 사건을 더 많이 유치하는 것은 아주 영리한 프로모션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4

법무법인 태평양은 변호사들이 한번 입사하면 잘 나가지 않는 로펌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도 2000년 이후부터는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아까 위의 윤 변호사 경우처럼 로펌에서 퇴사를 희망하는 변호사들의 경우는 집행부가 나서서 적절한 기업의 사내 변호사로 시집 보내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


좀 더 적극적으로는, 로펌 이외의 경험을 해 보고 싶어 하는 변호사들의 지원을 받아서 일정 기간, 보통 6개월 내지 1년간 적절한 고문기업에 ‘파견’을 보낸다. 이 경우 고문기업이 해당 변호사의 급여를 지급한다. 이러한 파견 과정을 통해 로펌과 해당 기업이 더 끈끈한 인연을 맺게 된다.


어떤 경우는 기업 측에서 공식적으로 로펌에 요청을 한다. 이러저러한 분야의 변호사를 1년간만 파견시켜 달라고. 사내 변호사 경험을 해 보고 싶은 사람들이 신청을 하곤 했다.

이렇게 기업에 파견 가서 서로 궁합이 잘 맞으면, 해당 변호사는 그 기업에 눌러 앉게 된다. 새로운 둥지를 트게 되는 것.


#5

요즘은 경력직 판사를 많이 뽑는데, 빅펌들은 자기 사무실 변호사들 중에서 판사가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판사 지원하는 데 도움을 주려고 한다. 아무래도 같이 한솥밥을 먹던 변호사가 판사가 되어 법원에 있다는 사실이, 적어도 그 로펌에게는 손해가 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활발한 교류가 로펌에서 많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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