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전 유명해질 겁니다.

by 조우성 변호사

<뚜벅이 변호사 태평양 로펌 가다>(75) 전 유명해질 겁니다.

#1

비서 태신씨가 전화 연결을 했다.

“저..김00라고 합니다. SM엔터테인먼트의 K가 제 친구인데, 변호사님 얘기를 해서요. 잠깐 상담을 좀 받고 싶은데요.”

나는 약속시간을 잡았다.

SM엔터테인먼트는 몇 년째 나의 고문기업이었다. 내가 로앤비에서 계약서 관련 강의를 할 때 SM엔터테인먼트 임원진들이 그 강의를 단체로 들으러 왔었다. 2003년 그때만 해도 HOT와 소녀시대가 명성을 떨칠 때였다. 하여튼 그 이후 나는 SM의 고문변호사가 되어 다양한 계약서 검토와 전속계약 사건들을 다루었다.

#2

의뢰인이 왔다는 얘기를 듣고 회의실로 가는데 비서들이 웅성거렸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의뢰인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 “어머... 멋져...”

회의실에 들어가니 키는 큰데 비쩍 마른, 그리고 별 특징 없어 보이는, 허름한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한 청년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서들은 멋지다고 난리였는데 내가 보니 그리 특별하지도 않았다.

모 회사와 전속계약을 체결하려는데, 그 회사에서 제시한 계약서에 독소조항이 없는지 걱정이 되어 고민하던 중에 친구인 SM의 K가 나를 소개한 것이란다. 나는 계약서를 자세히 살펴봤는데, 특별히 문제가 될 만한 조항은 발견하지 못했다. 보통 전속계약서를 보면 불공정 조항이 몇 개라도 들어있는데 그 계약서는 아주 공평하게 작성된 것 같았다.

#3

내가 계약서 내용을 설명하고 있는데, 의뢰인은 나를 계속 빤히 쳐다봤다.

뭐지?

난 왜 이리 나를 쳐다보나 싶었다. 갑자기 의뢰인이 말했다. “변호사님, 저 누군지 모르시죠?”

나는 당황했다. “아...네... 제가 TV를 잘 안 봐서”

“네, 그러신 거 같았어요.”

쩝... 내가 당신이 누군지 알아야 하니?

그때 갑자기 그 의뢰인이 말했다.

“변호사님, 저 반드시 유명해 질 겁니다!”

잉?

“저 꼭 기억해 두세요. 저 반드시 유명해질 겁니다. 최고의 배우가 될 겁니다.”

아... 누가 뭐랬남... 난 좀 황당했다.

그의 눈빛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흠... 살아있네, 살아있어.

나는 가벼운 덕담을 하고는 의뢰인을 돌려 보냈다. 좀 뜬금없긴 했지만, 성공하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져서 그 의뢰인은 내 기억 한켠에 자리잡게 되었다.

#4

그로부터 몇 년 뒤, 비서 태신씨가 내게 말했다.

“변호사님, 몇 년 전에 상담하러 왔던 그 연예인 있잖아요?

아, 그 뜬금 없던 친구?

“완전 떴어요. 요즘 제일 잘나가요.”

“뭘로 떴는데?”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비담역을 맡은 김남길 배우가 그 때 그 사람이예요.”

아, 선덕여왕. 완전 시청률 어마무시한 드라마인 걸로 아는데, 거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니. 반가웠다. 나는 그때부터 열심히 그 드라마를 챙겨보았다. 하, 막상 TV에서 보니 연예인은 연예인이었다. 카리스마가 완전...

#5

무명시절에 내 앞에서 ‘전 반드시 유명해 질 겁니다’라고 말하던 그 청년이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저렇게 스타가 되었구나. 긴 무명의 시간을 의지로 돌파해냈다고 생각하니 정말 대단하게 보였다. 박수를 보낸다.

그 이후로 나는 그의 행보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크고 작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조연을 맡았다. 나는 일방적 팬심으로 그가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는 꼭 챙겨봤다. 하지만 막상 크게 뜨지는 못했다. 그러다 SBS 드라마 열혈사제에서 다시 큰 인기를 얻었다. 그 드라마로 큰 상도 받는 걸 봤다.

그 이후 2020년에는 매니지먼트 회사(주식회사 길스토리이엔티)도 직접 차려서 대표직을 맡고 있다. 그 예전부터 전속계약서를 꼼꼼히 살피더니 매니지먼트 회사까지 운영하는구나.

그는 나를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나는 그 이글거리는 눈빛을 아직도 기억한다. 멋진 사람. 계속 흥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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