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사장 마인드로 대응한 파트너 승급심사

by 조우성 변호사

<뚜벅이 변호사 태평양 로펌 가다>(77) 사장 마인드로 대응한 파트너 승급심사

#1

비서가 내게 말했다.

“14:00 정각까지 10층 대회의실로 오시래요. 한 분에 30분씩 면접을 보신답니다.”

드디어 그 날이다. 오늘 파트너 승급심사위원회 위원들이 동기들에 대한 파트너 승급 면접을 본다. 아마 위원들은 내게 다양한 질문을 하리라. 그리고 내 생각을 물을 것이다. 나는 어떻게 대응할지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보았다.

솔직히... 나는 파트너가 되고 안 되고가 그리 절박한 문제로 다가오지 않았다. 변호사로서 내 능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했지, 이 로펌 내에서 파트너가 된다고 해서 내 인생이 크게 달라지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로앤비 3년 경험이 나의 기존 가치체계를 좀 흔들어 놓은 듯 했다.

#2

대표급 변호사님들 여러분이 나를 맞아주었다. 자문 파트 이 변호사께서 먼저 말문을 열었다.

“조 변호사가 로앤비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맡아서 수행한 것은 높이 살만한 일이야. 하지만 두 마리 토끼를 다 손에 쥘 수는 없지. 로펌에서 파트너가 되기 위한 실무(practice) 능력과 경험은 동기생들에 비해 솔직히 모자란다고 생각지 않는가?:

이 변호사는 내 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우리 생각에는 조 변호사가 앞으로 1-2년 정도 송무 경험을 통해 실력도 쌓고 또 역량을 제대로 보여줘서, 모든 파트너가 동의하는 분위기에서 파트너가 되는 것이 본인을 위해서도 좋은 거 같은데,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다 예상되는 질문들이었다. 나는 그분들에게 말했다.

“외람되지만 제가 신상발언을 한 5분 정도 먼저 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러자 승급위원들은 서로를 쳐다보더니 내게 말해 보라고 했다.

#3

나는 심호흡을 하고 어젯밤부터 정리해 놓은 나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저는 동기들과 같이 파트너가 되든, 아니면 1-2년 후에 파트너가 되든 그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변호사님 말씀대로 만약 저의 능력에 대해 의심하는 선배님들이 계신다면 그 선배님들이 완전히 저에 대해 인정을 하셨을 때 파트너가 되는 것이 당당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남들과는 다른 저의 경험이 절대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로앤비 3년이라는 시간이 정통적인 변호사들의 시각으로 볼 때는 다소 이질적인 것이겠지만, 저로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전 태평양 바깥에서 태평양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안에서는 볼 수 없는 훌륭한 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반대로, 과연 태평양이 앞으로도 계속 오늘과 같은 위치를 누릴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된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일개 주니어 변호사지만, 태평양을 경영하는 경영진들의 고민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로앤비라는 조직을 운영해 본 경험이 제게 그런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저는 태평양의 일원으로서 어떻게 하면 태평양이 경쟁력을 가지고 더 좋은 로펌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마케팅을 해야 할까. 어떻게 브랜딩 구축을 더 해야 할까, 그리고 나는 어떻게 해야 더 경쟁력 있는 변호사로 성장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들이 제게는 더 큰 고민입니다. 파트너는 언제든 그 요건이 충족될 때 하더라도 아무런 문제없습니다. 괜히 저 때문에 이재식 변호사님이나 황의인 변호사님이 중간에서 입장이 난처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저는 제게 로앤비 기회를 준 태평양이 너무 고맙습니다. 그리고 태평양의 울타리 안에서 더 발전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선배들은 잠자코 내 말을 끊지 않고 들어주었다. 더 이상 내게 질문은 하지 않았다.

#4

그 날 늦은 오후, 이재식 대표변호사님이 나를 부르셨다.

“이종욱 대표변호사(당시 COO 역할 수행)가 자네 말을 듣더니 ‘저런 친구가 파트너 되어야지 누굴 파트너 시킬려고 그럽니까? 저 마인드가 파트너 마인드지’라고 말씀하셨어. 이종욱 대표님이 그렇게 나오시니 자문쪽에서도 감히 반대를 못하더만. 아마도 잘 될 걸세.”

그러더니 이 대표님은 내게 악수를 청하셨다.

이렇게 요란한 과정을 거쳐 나는 태평양의 파트너 변호사가 되었다.


시니어호소.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76) 파트너 승급에 빨간 불이 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