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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협상 강의를 시작하다

by 조우성 변호사


<태평양 로펌에 가다 변호사>(91) 협상 강의를 시작하다


#1


IGM에서 이틀간의 협상 과정을 마친 후, 나는 내가 변호사 실무에서 실제 하고 있는 일들이 협상 기법과 어떻게 맞아 떨어지는지 비교해볼 수 있었다. 마치 길거리 싸움꾼이 뒤늦게 태권도를 배우고 나서, 아, 이게 뒤치기고 이게 돌려차기였구나 라고 깨닫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협상력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협상에 대해서 끝까지 파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 그냥 공부만 해서는 동기부여가 충분히 되지 않을 것 같아서, 가능한 빨리 협상 강사로서 강의를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남에게 교육하기 위해서는 더 체계적이고 제대로 된 공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2


우선 시중에 나와 있는 협상책을 다 사서 고시공부할 때처럼 하나의 노트에 목차를 다 때려 넣고서 중복되는 것은 지워가면서 단권화(單券化) 작업을 했다. 그런데 공부를 계속하면서도 갈증이 났다. 뭔가 나만의 ‘공식’을 만들고 싶었다. 2009년 어느날 밤, 나는 마치 번개를 맞은 듯 번쩍하는 느낌과 함께 나만의 협상력 증강공식을 만들어 냈으니 그것이 바로 “NP = I x S x G^2”였다. 즉 협상력(Nego Power)은 상대방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Interest)와 상대방을 설득하는 기술(Skill)이 결합되어야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선한 의도와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Good Will). 그 중에서도 Good Will이 가장 중요하기에 2의 제곱을 붙인 것이다. 그 동안 내가 공부한 협상이론의 핵심이 이 공식에 다 녹아들어간 것 같아서 기뻤다.


#3


이렇게 체계를 잡으니 강의안을 쓰기가 쉬워졌다.


I(Interest)에 대한 내용을 먼저 쓰고, S(Skill) 내용을 보완한 다음, 내가 경험한 G(Good will)를 첨부하니 체계적인 강의안이 완성되었다.


그리고 강의의 재미를 돋우기 위해 영화 장면에서 협상이 쓰인 장면들을 추출했다. <대부>, >나의 사촌 비니>, <어퓨굿맨>,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니고시에이터>, <왓위민원트> 등 유명한 영화에 나오는 협상 장면들을 협상 이론과 같이 설명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4


나는 IGM 강의를 들은 지 여섯 달 만에, 첫 협상 강의를 했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협상 강의를 할 때는 법률 강의보다 훨씬 인간적이고 따뜻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서 좋았다. 마치 공연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협상 강의는 교수님들이 많이 진행했는데, 소송전문 변호사가 실제 자신의 사건을 바탕으로 경험담으로 풀어내는 협상전술은 실전적이라는 면에서 수강생들의 반응이 좋았다.


2010년이 되자 기업법무 강의 요청 못지않게 협상 강의에 대한 요청이 늘어났다. 나는 변호사 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되도록 많이 강의를 하려 노력했다. 사람들은 실생활에서 적용 가능한 협상 기술에 목말라 있었던 것 같았다.


$5


강의를 하다보니 법과 협상은 서로 밀접한 관계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법적인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계약은 결국 협상의 산물이다. 그래서 나는 협상교육과 계약법 교육을 서로 연계시키는 융합 강좌도 개발했다. 이 두 분야 사이의 시너지는 상당했다.


협상 강의를 진행하면서 가장 많이 배우는 것은 나 자신이었다. 어렴풋했던 협상 이론과 기법들이 내게 체화되는 느낌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협상 강의는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서, 지속적인 학습과 개선의 여정이었다. 사실 세일즈도 일종의 협상 과정 아니겠는가. 협상에 대한 이론과 실기로 무장한 것은 나의 파트너 변호사 생활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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