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 너머로(Beyond the Colors)] (1) 사진의 출현과 전통 예술계의 혼란
19세기 중반, 사진의 등장은 예술계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예술 매체의 탄생을 넘어, 예술의 본질과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전통 예술계는 사진이라는 '기계적 복제품'을 예술로 인정할 수 있을지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졌다. 진짜 멘붕에 빠진 것이다. 화가 폴 델라로슈(Paul Delaroche)는 "오늘부터 회화는 죽었다"라고 선언하며 사진의 위협을 경고했다.
사실, 사진은 회화의 주된 목적이었던 사실적 재현을 훨씬 더 쉽고 빠르게 달성할 수 있었다. 화가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사진처럼 신속하고 정확하게 현상을 재현할 수 없다. 현상의 재현을 목적으로 했던 예술가들로서는 정체성의 위기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영국의 미술 평론가 존 러스킨(John Ruskin)은 "사진은 예술가를 단순한 기술자로 전락시킬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이가 사진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본 것은 아니었다.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는 "사진은 예술가들을 자유롭게 할 것이다. 이제 그들은 더 이상 현실을 모사하는 데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주 의미심장한 주장이다.
실제로 인상주의 화가들은 사진에서 영감을 받아 빛과 색채에 대한 새로운 표현 방식을 모색했다. 모네(Claude Monet)의 작품 '인상, 해돋이'는 순간적인 빛의 변화를 포착하려 한 시도로 볼 수 있다. 포스트 인상주의 화가 고갱(Paul Gauguin)은 "사진이 현실을 담당하니, 회화는 더욱 추상적이고 장식적인 것에 전념하게 될 것"이라 예견했다.
한편, 사진가들은 자신들의 작품 또한 예술로 인정받기 위해 그들 나름대로 노력했다. 픽토리얼리즘 운동을 통해 그들은 사진 이미지를 회화적으로 가공하고 조작하여 주관적 표현을 시도했다. 나아가 스트레이트 포토그래피 운동은 사진 고유의 매체적 특성을 강조하며, 사진이 회화와는 다른 독자적 예술 영역임을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사진은 예술의 개념을 확장시키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미학자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은 "사진의 등장으로 예술작품의 아우라는 사라졌지만, 동시에 대중은 예술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사진은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 자체를 변화시켰고, 현대 예술의 방향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오늘날 사진은 회화, 조각과 동등한 위상의 예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