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의 복잡한 미로를 헤쳐 나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명나라의 문인 여곤(呂坤)이 그의 저서 '신음어(呻吟語)'에서 제시한 통찰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빛을 발한다. 그의 지혜는 우리의 일상에서 자주 마주치는 '비판'이라는 예민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여곤은 이렇게 말한다. "타인을 비판할 때는 상대방에게 5할의 잘못이 있더라도 3할이나 4할 정도만 비판하라." 이 간단한 문장 속에는 인간 심리에 대한 깊은 이해가 담겨 있다. 우리는 종종 정의감에 불타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곤은 그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음을 지적한다.
왜일까? "만약 있는 그대로 전부 비판한다면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물론, 상대방을 개선시킬 수도 없다." 이는 비판의 궁극적 목적이 상대방의 개선에 있음을 상기시킨다. 우리의 목표는 상대를 구석으로 몰아넣는 것이 아니라, 그가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이어야 한다.
더 나아가 여곤은 "1푼이라도 더 많이 지적한다면 상대방은 그 1푼을 빌미로 5할에 대한 핑계를 댈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는 인간의 자기방어 본능을 정확히 짚어낸 것이다. 우리는 비판받을 때 자연스럽게 방어적이 되며, 작은 부정확성이라도 발견하면 그것을 전체 비판의 신뢰성을 무너뜨리는 데 사용하곤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게 하면 상대방도 여유가 있으니 순순히 귀를 기울일 것이고 변명도 하지 않을 것이다." 여곤의 조언은 상대방에게 숨 쉴 공간을 주라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비판의 강도를 낮추라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스스로 반성하고 개선할 수 있는 심리적 여유를 제공하라는 의미다.
이러한 지혜는 단순히 개인적 관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은 이러한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이는 리더십의 핵심을 짚어낸 것이다. 진정한 리더는 무조건적인 비판이 아닌, 상대방의 성장을 이끌어내는 건설적인 피드백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여곤의 이 짧은 구절은 우리에게 인간관계의 본질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비판은 파괴가 아닌 건설의 도구여야 하며, 우리의 목표는 상대방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지혜를 실천할 때, 우리는 더 나은 관계,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