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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비늘, 역린

by 조우성 변호사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역린(逆鱗)을 품고 살아간다. 한비자는 말했다. "임금에게도 이 같은 역린이 있는데 유세하는 자는 이를 건들지 않아야 성공할 수 있다." 이는 비단 권력자뿐만 아니라 모든 이에게 해당되는 진리다.

어떤 이에겐 학벌이, 또 다른 이에겐 가족사가 역린이 된다. 한 청년은 집안 형편 때문에 대학에 가지 못한 것을 평생의 한으로 안고 산다. 중년의 여인은 이혼 경력을 숨기려 애쓴다. 이런 아픈 비늘들은 때로 우리를 고립시키고, 때로 우리를 지킨다.

플라톤은 "알지 못하는 자신을 알라"고 했지만, 우리는 종종 자신의 역린조차 알지 못한 채 살아간다. 타인의 무심한 한마디에 예기치 못한 상처를 받고 나서야 그것이 우리의 역린이었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노자의 말처럼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 우리의 연약함, 우리의 역린이 오히려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든다. 그 아픔을 통해 우리는 타인의 아픔을 이해하고, 더 넓은 마음을 갖게 된다.

우리의 역린은 말없이 우리를 지켜주는 수호자다. 그 침묵 속에 우리의 진실이 깃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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