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의 망치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그 순간, 내 속도 함께 무너져 내렸다. 의뢰인의 실망한 눈빛, 상대방 변호사의 승리에 찬 미소. 모든 것이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가슴을 찌른다.
사무실로 돌아와 책상에 앉았다. 판결문을 읽어보지만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머릿속은 온통 "내가 어디서 실수했을까?" 하는 생각뿐이다.
밤새 뒤척이다 새벽에 일어났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창밖을 바라본다. 어둠 속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나오는 것이 보인다. 그때 문득 떠오른다. "승패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라는 말이.
깊은 숨을 내쉰다. 그래, 이것도 지나가리라. 패소가 끝이 아니다. 항소할 수 있고, 다른 사건들도 기다리고 있다. 무엇보다 이 경험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 것이다.
다시 책상에 앉아 판결문을 꺼낸다. 이번엔 글자 하나하나가 또렷이 보인다. 어제와 다른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본다. 새로운 논리, 더 강력한 증거. 패소의 쓴맛이 오히려 나를 일으켜 세운다.
넥타이를 바르게 매고 법원으로 향한다. 오늘의 재판을 위해, 또 다른 의뢰인을 위해. 어제의 나보다 한 걸음 더 성장한 모습으로. 법정 문을 열며 다짐한다. "법정에서의 매 순간이 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