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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Dec 05. 2024

한 내부고발자가 남긴 질문에 관하여


[12] 한 내부고발자가 남긴 질문에 관하여


#1 "내부고발의 아침: VIP룸에 울린 양심의 목소리“


2024년 3월의 새벽. 머스트노우 로펌의 VIP 접견실에서 나는 한 통의 이메일을 읽고 있었다.


[제목: 내부고발 상담 요청]

변호사님, 제가 가진 증거들이 실제 수사로 이어질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하지만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습니다. 동생이 다친 그 현장에서, 또 다른 누군가가 희생되기 전에...

- 한맥기업 구매팀 김민우 드림


VIP실의 3단계 조명은 가장 부드러운 상태였다. 방음유리 너머로 도시가 깨어나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창 너머로 보이는 한맥기업 본사. 70층 높이의 검은 유리벽이 새벽빛을 반사했다. 대한민국 건설업계의 거인이자, 지난해 매출 12조, 전국 건설현장 18,000명의 운명을 쥐고 있는 기업이었다.


양희범 변호사가 더블 모니터에서 판례를 검색하고 있었다. "2018년 대법원 판결이 있습니다. 이런 유형의 입찰담합은 단순 비리가 아닌 조직적 범죄로 인정됐습니다."


시계가 8시를 가리켰을 때 접견실 문이 열렸다. 김민우 대리가 들어왔다. 그의 손에 든 USB가 새벽 조명 아래 희미하게 빛났다. 검은 양복이 그의 마른 체구를 더욱 도드라지게 했다.

"지난 11월, 동생이 건설현장에서 추락했습니다. 고작 21살이었는데...“


#2 "증거가 된 USB: 동생의 사고와 은폐된 진실“


김민우는 병실 사진을 보여주었다. 척추 수술을 세 번 받은 동생은 영구 장애 판정을 앞두고 있었다. “알고 보니 그 현장이 우리 회사가 담합한 공사였더군요. 예산 절감이란 명목으로 안전시설을 대충 설치하고..."

김민우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의 손등에 핏줄이 돋았다.

"처음엔 믿기지 않았습니다. 제가 직접 검토한 서류였으니까요. 공사 예산 120억 원 중 안전시설 예산이 원래는 6억이었습니다. 그런데 낙찰 후에 2억 원으로 줄었어요. 담합이 확정되면 어차피 따낼 공사니까... 그렇게 줄여도 된다고...“


동생의 사고 이후, 그는 밤마다 회사 서버에 접속했다. 구매팀의 모든 입찰 기록을 뒤졌다. 3년치 자료를 분석하면서, 그는 끔찍한 진실과 마주했다.


"2021년부터 작년까지, 우리 회사가 낙찰받은 공사 127건의 안전 예산이 모두 이런 식으로 삭감됐습니다. 평균 60% 이상 줄어든 거죠. 그리고..."


김민우는 떨리는 손으로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지난 2년간 이런 현장에서 일어난 중상 이상의 사고가 23건... 사망사고만 5건입니다. 제 동생 같은 피해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회사는 이걸 그저 '산업재해율' 통계로만 다루더군요."

조우성은 서류를 받아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고발이 가져올 파장이 얼마나 클지, 그리고 그 끝에 김민우와 그의 가족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 그는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3 "침묵의 대가: 용기와 두려움 사이에서"


김민우는 테이블 위 서류를 보았다. 그의 이메일 출력본이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입니다. A사와 B사가 번갈아 낙찰 받는 방식으로 진행됐어요. 제 결재라인의 모든 문서가 조작되었고...“


허용일 변호사는 늘 그렇듯 검은 수첩을 꺼내들었다. 그의 특기인 도식화가 시작되었다. “제가 보기엔 말이죠...” 그가 안경을 고쳐 쓰며 입을 열었다. 맞은편에서 양 변호사가 세 자루의 볼펜을 꺼내들었다. “법리적으로 보자면, 이 부분은 판례 검토가 더 필요합니다.” 두 사람의 시너지는 늘 이렇게 시작되었다.


"연간 약 2,000억 원의 관급공사가 이런 식으로 진행됐다는 말씀이시죠?"

"처음엔..." 김민우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불법이라는 걸 알면서도 침묵했습니다. 승진도 빨랐고, 상여금도 받았으니까요." 그가 물잔을 돌리는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변했다. "하지만 그 침묵의 대가를 동생이 치르게 될 줄은...“


허 변호사가 검은 수첩에 뭔가를 스케치하며 안경을 고쳐 썼다. "제가 보기엔 말이죠..." 그가 그린 도표를 돌려 보이며 말을 이었다. "이게 단순한 관행이 아닙니다. 건설업계 전체의 카르텔이에요. 다른 기업들의 상황도 파악하고 계신가요?“


"작년 초였을 겁니다. 안전 관리 예산을 삭감하는 회의였어요. 누군가 '어차피 낙찰은 확실하니까' 라고 말하더군요. 그때부터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동생이... 제가 검토한 그 현장에서...“


허 변호사는 안경을 고쳐 쓰며 공정거래법 조항들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제가 보기에는 말이죠, 제66조의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를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64조의 내부고발자 보호조항도 적용 가능하고요."

박 과장은 Risk Matrix에 데이터를 입력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내부 검토가 필요한 사안입니다만... 유사 판례들을 분석해보니 제보자 보호 성공률이 62% 정도네요."

김민우는 잠시 침묵하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홀어머니와 동생들 생각하면... 사실 많이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서..."


나는 커피잔을 들고 창가에 섰다. 15년 전 내부고발 사건이 떠올랐다. 제약회사 연구원 박태준. 신약 임상실험 조작을 고발해 승소했지만, 그는 업계에서 영원히 발을 들여놓을 수 없게 되었다. '변호사님, 정의는 이겼는데 제 인생은 졌네요.' 호주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변호사님... 제가 잘못한 걸까요?"

"김 대리님."

내 목소리가 의도치 않게 떨렸다.

"제가 지금부터 드릴 말씀은... 공식적인 변호사의 조언이 아닙니다."

양 변호사가 고개를 들었다. 허 변호사도 펜을 멈췄다.

"대리님과 가족들의 인생이 완전히 바뀔 수 있습니다. 승소하더라도, 건설업계에서는 더 이상 일하기 어려울 겁니다. 어머니의 가게도 위험해질 수 있고... 동생의 재활치료비를 보상받더라도, 지역사회에서 겪을 고통은..."

김민우는 USB를 꽉 쥐었다가 풀었다가를 반복했다. 마치 자신의 결심을 확인하듯이.

"하지만..."

내 목소리가 다시 단단해졌다.

"김 대리님, 먼저 법적 보호 장치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내 앞에는 세 개의 서류가 펼쳐져 있었다. 하나는 공익신고자 보호법 개정안이었고, 다른 하나는 대법원 판례 분석이었다. 마지막은 우리 로펌의 Risk Assessment Matrix였다.


"작년 개정된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신고자의 인적사항 유출만으로도 형사처벌이 가능합니다. 내부고발자에 대한 민사소송도 기각률이 83%에 달합니다. 우리 로펌의 Triple Check System으로 검토한 결과, 이번 사건의 승소 가능성은 72%입니다."


나는 판례를 짚었다. "특히 이 판결을 주목해주십시오. 2022년 대법원은 건설사의 입찰담합 내부고발자에 대한 모든 보복 조치를 무효화했습니다.“


#4 "Triple Check의 시작: 팀의 결단“


양 변호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화이트보드로 향했다. 볼펜 세 자루를 꺼내들며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법리적으로 보자면, 입찰담합 혐의는 명확합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의 모든 기록이 있고, 협력사 진술까지 확보되어 있습니다."


허 변호사는 검은색 수첩을 펼치며 안경을 고쳐 썼다. "제가 보기엔 말이죠, 공정위 루트가 가장 확실합니다. 과징금 규모만 해도 최소 2천억은 될 겁니다." 그의 수첩에는 이미 복잡한 도식이 그려져 있었다. 입찰 과정의 흐름도, 관련자들의 관계도, 그리고 예상되는 법적 공방까지.


강민호는 이미 디지털 포렌식 준비를 시작했다. "USB 데이터 백업과 진본 검증을 먼저 진행하겠습니다. 파일 생성 시점과 수정 이력도 전수 조사하겠습니다."


우리는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이 사건이 가져올 파장을 계산하고 있었다. 건설업계 전체가 흔들릴 것이다. 여러 근로자의 일자리가 위험해질 것이다. 하지만 이제 돌아갈 수 없었다.

VIP 접견실의 테이블 위에서 USB가 새벽 조명을 반사했다. 강민호가 디지털 포렌식을 마치자, 우리는 공정위 제보를 시작했다. 먼저 익명 신고 채널로 핵심 증거를 제출했다. 입찰 관련 이메일 392건, 회의록 89건, 그리고 안전 예산 삭감 문서 127건. 이어서 공익신고자 보호제도 신청서를 제출했다. 마지막으로 김민우의 진술서를 담은 CD를 등기로 발송했다. 12기가바이트의 진실이 공정위로 향했다.


#5 "거인의 반격: 한맥기업의 역습"


한맥기업은 다음날 오전 9시에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오후 2시에 내부고발자에 대한 형사고발장을 제출했다.

언론플레이, 법적 대응, 그리고 가장 무서운 무기인 '생계 위협'이 뒤따랐다. 뉴스 속보가 연달아 흘러나왔다.


[긴급: 건설협회 비상총회 소집]

[한맥기업 노조 "내부고발자의 배신으로 일자리 위협"]

[건설업계 "도미노 파산 우려... 경제 위기 올 수 있다"]


건설협회는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200여 명의 기자들 앞에서, 협회장의 목소리가 떨렸다.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번 사건으로 전국 127개 건설현장이 멈출 수 있습니다. 실직자만 최소 8천 명... 그들의 가족까지 포함하면 3만 명이 넘는 서민들의 생계가 위협받게 됩니다."

법무팀장 최준혁이 단상에 올랐다. 그의 손에는 두꺼운 서류 뭉치가 들려있었다.


"김민우 대리의 2년 전 회계처리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견됐습니다. 공금 횡령 정황이 있었음에도 우리는 그의 개인사정을 고려해 유예를 줬죠. 그리고 이것이 그의 보답입니까?"

최준혁은 서류를 들어 보였다.

"이것은 김민우 대리가 처리한 수상한 결재 내역입니다. 그리고 그의 제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근로자들의 몫이 될 것입니다. 당사는 이에 대한 형사고발을 검토 중입니다."


#6 "흔들리는 정의: 병실에서 전해진 소식“


스트레스로 위장장애가 악화된 김민우는 강북성심병원에 입원했다. Morning Brief에서 이 소식을 들은 나는 즉시 양 변호사를 병실로 보냈다.

양 변호사는 병실 앞에서 주머니의 볼펜을 만지작거리며 한참을 망설였다. 문을 열자 창백한 얼굴의 김민우가 보였다. TV에서는 여전히 기자회견 소식이 나오고 있었다.

"김 대리님,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양 변호사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낮았다.

"네, 변호사님."

김민우는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그럴 힘도 없어 보였다.

"회사 측의 압박이 더 심해질 겁니다. 가족 미행이나 사생활 조사까지도 예상해야 해요. 최악의 경우..."

양 변호사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형사 고발도 현실화될 수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어머니께는 이미 말씀드렸어요."

김민우의 눈가에 물기가 맺혔다.

"어머니가 그러시더군요... '아들아, 바른길로 가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이제야 안다'고..."

양 변호사는 병실을 나오면서 휴대폰을 켰다. 나에게 온 메시지가 있었다.

[한맥기업 측에서 비공식 미팅을 요청했습니다. 김민우 대리의 '과거 비위 사실'에 대해 논의하고 싶답니다.]

사무실 창 너머로 한맥기업 본사가 보였다. 70층 높이의 검은 건물이 마치 거대한 벽처럼 느껴졌다.

증거 재검토에 일주일이 걸렸다. 조우성은 신변보호조치 신청서를 작성했다.


#7 "봄비 내리는 병실: 법의 보호를 약속하며"


병실 창 너머로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조우성은 준비해온 서류 뭉치를 김민우 앞에 펼쳤다.


"이번에는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13조에 따른 신변보호조치를 신청했고, 제14조의 책임감면도 준비했습니다. 부패방지권익위원회를 통한 구제절차는 이미 시작되었죠. 신고자의 신원을 추정할 수 있는 어떤 정보도 공개되지 않도록 했고, 불이익조치 금지 가처분도 준비했습니다. 3중의 방어막을 쳤습니다.“

"비밀보장이요?"

"네. 신고자의 신원을 추정할 수 있는 어떤 정보도 공개되지 않습니다. 불이익조치 금지도 포함되어 있고요."

"만약 회사가 어기면..."


허 변호사가 태블릿으로 최근 판례를 보여주는 사이, 양 변호사는 이미 관련 법리를 정리한 보고서를 완성했다. 박 과장은 실무적 공백을 찾아 메우고 있었고, 강민호는 디지털 증거 보전에 집중했다. 각자의 전문성이 하나로 모여들었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달 유사 사례에서 법원은 3천만 원의 과태료를 선고했습니다. 부패방지권익위원회를 통한 구제절차도 병행할 겁니다."


더 큰 문제가 시작되고 있었다. 협력업체들이 하나둘 도산하기 시작했고, 건설현장의 인부들은 길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김민우 때문에 우리 가족들은 이제 어쩌라는 거야!"

분노한 실직자들이 김민우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작은 가게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

#8 "도미노의 시작: 무너지는 하청업체들“


75인치 전자게시판에는 실시간으로 사건 진행상황이 업데이트됐다.


[4월 2일] 공정위, 한맥기업 본사 및 4개 계열사 현장조사 착수

[4월 15일] 디지털 포렌식 결과 확보, 담합 증거 127건 발견

[4월 28일] 협력업체 20곳 조사, 안전예산 삭감 관련 진술 확보

[5월 6일] 한맥기업 임원 3명 구속영장 청구

[5월 10일] A사, B사 포함 건설사 7곳 추가 조사

[5월 15일] 공정위, 전원회의 소집 결정


공정위는 조사과정에서 건설업계 전반의 카르텔을 확인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127건의 공사 입찰에서 사전 물밑 조정이 있었고, 낙찰 후 안전예산을 평균 60% 삭감한 정황이 드러났다.


#9 "정의의 대가: 승리의 이면에서"


2024년 5월, 공정거래위원회 중회의실에서 최종 결정이 내려졌다. 김민우가 제출한 증거는 입찰담합의 결정적 단서가 되었다. 공정위는 다음과 같은 조치를 발표했다:


1. 한맥기업 과징금 2,800억 원

2. 담합 가담 건설사 6곳 추가 과징금 1,200억 원

3. 임원 3명 검찰 고발

4. 향후 2년간 공공입찰 참여 제한

5. 안전예산 집행 실태 분기별 점검 의무화


특히 공정위는 결정문에서 "안전예산 삭감을 통한 입찰담합은 단순 경제범죄를 넘어선 중대한 위법행위"라고 지적했다. 시정명령에는 안전관리 체계 전면 개편도 포함되었다. 역대 최대 규모였다. 언론은 "정의가 승리했다"며 대서특필했다.


하지만 승리의 축배는 오래가지 못했다.


한비자는 말했다. '큰 나무가 쓰러질 때 그 그늘에 있던 작은 나무들도 함께 쓰러진다'고. 6월, 그 예언은 현실이 되었다. 2,800억 원의 과징금 앞에서 한맥기업이 휘청였고, 그 여파는 실타래처럼 얽힌 하청업체들을 따라 퍼져나갔다.


1차 벤더 38곳, 2차 벤더 57곳이 연쇄 도산했다. 건설노동자 6,2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진행 중이던 공사 현장 12곳이 멈췄고, 서울 외곽의 미완성 아파트들은 철골 뼈대만 드러낸 채 서 있었다.

"우리 애들 학자금 대출은 어떡하고... 이게 다 김민우 때문이야!"

한맥기업 노조는 매일 청와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김민우는 부패방지권익위원회의 보호를 받았지만, 건설업계 전체가 그를 배신자로 낙인찍었다. 50여 곳의 건설사에 이력서를 넣었지만, 돌아오는 건 텅 빈 답변뿐이었다. 한 인사담당자는 비공식적으로 귀띔했다.

"미안하지만... 당신을 뽑으면 우리 회사가 업계에서 매장됩니다."

그의 가족들도 고통받았다. 동네 슈퍼마켓을 운영하던 어머니 앞에는 매일 시위 인파가 몰렸다.

"내부고발자 집안과는 거래 안 합니다!"


정의의 대가는 가족에게 먼저 찾아왔다. 어머니는 매일 밤 가게 앞에 던져지는 돌멩이를 치우며 울었다. 여동생은 회사에서 따돌림을 당했고, 동생의 병원비는 나날이 늘어갔다. '배신자 가족'이라는 낙인은 그들의 일상을 철저히 파괴했다. 김민우는 매일 밤 병실에서 가족들의 통화를 들으며 자책했다 어머니의 가게 셔터가 마지막으로 내려졌다. "내부고발자 집안과는 거래하지 않습니다"라는 대자보가 그 위에 덕지덕지 붙었다. 여동생의 책상에는 사직서와 함께 "신뢰할 수 없는 집안"이라는 낙인이 놓였다.

우리는 정의를 세웠지만, 그 과정에서 또 다른 불의를 만들어내고 말았다. 정의의 칼은 양날의 검이었다.


#10 "새로운 시작: 호주행 비행기를 기다리며“

7월 초, 김민우는 호주 이민을 결정했다. 공항으로 가는 길, 그는 마지막으로 동생의 병실을 찾았다.

"미안하다... 형이 잘못했어."

"아니에요, 형. 당신이 옳은 일을 했다는 걸 우린 모두 알아요."

창밖에서 벚꽃이 떨어졌다. 공정위 결정문이 책상 위에 있었다. 김민우는 호주로 떠났지만, 그의 용기가 남긴 질문은 여전히 이 도시에 맴돌고 있었다. 정의와 불의, 그 모호한 경계에서 우리는 여전히 답을 찾고 있다.

판결문이 30페이지였다. 과징금은 2,800억이었다

[담당 변호사 메모]

"한 사람의 용기가 세상을 바꾸었다. 하지만 그 변화의 무게를 온전히 감당할 수 있는 정의란 과연 존재하는가?"

- 2024년 7월 12일, 조우성




원문: "義者, 宜也. 在宜而行之者也"

해석: "의(義)란 마땅함이니, 마땅한 바를 행하는 것이다"

출처: 순자(荀子) 「정명편(正名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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