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의 길

by 조우성 변호사

[소송의 길]


#1


법정은 때론 인생의 축소판과 같다. 거대 기업을 상대로 힘겨운 소송을 이어가는 의뢰인을 바라보며, 나는 변호사로서 걸어온 길을 되돌아본다. 승소의 기쁨만큼이나 숱한 패소의 아픔을 겪었다. 수많은 의뢰인을 만났고, 그들의 엇갈린 희비(喜悲) 속에서 인생의 교훈을 얻었다. 모두가 승산 없는 싸움이라며 고개를 저을 때, 의뢰인은 굳은 결의로 말했다. "변호사님, 아무도 가지 않는 길, 그 길을 가보려 합니다." 그 눈빛에서 나는 한 줄기 희망을 보았다. 마치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발견한 것처럼, 그의 눈빛은 칠흑 같은 절망 속에서도 강렬하게 빛나고 있었다.


#2


"길은 걸어야 생긴다(道行之而成)"는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편에 나오는 구절이다.


原文: "且夫有成與虧,故昭氏之鼓琴也;無成與虧,故昭氏之不鼓琴也. 道行之而成,物謂之而然(차부유성여휴, 고소씨지고금야; 무성여휴, 고소씨지불고금야. 도행지이성, 물위지이연)."


해석: "무릇 (세상사에는) 이루어짐과 이지러짐이 있기에 소씨(昭氏)가 거문고를 타는 것이요, 이루어짐과 이지러짐이 없다면 소씨가 거문고를 타지 않을 것이다. 길은 걸어야 만들어지는 것이요, 사물은 (사람이) 그렇게 일컬으면 그렇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소씨(昭氏)는 춘추시대 노나라의 음악가인 소문(昭文)을 가리킨다. 소문은 거문고 연주의 대가였다고 전해진다. 장자는 소문의 예를 들어 세상의 모든 일이란 것은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라 늘 이루어짐과 이지러짐을 반복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그 가운데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도행지이성(道行之而成)’ 즉 "길은 걸어야 생긴다"는 구절이다.


#3


처음부터 정해진 길이란 없다. 수많은 사람이 걷다 보면 비로소 길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세상의 모든 일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스스로 개척하고 만들어 나가야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된다.


소송도 마찬가지다. 때론 증거가 부족하고, 법리가 불리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레 포기해서는 안 된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발걸음이 모여 결국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내듯이, 의뢰인과 함께 최선을 다해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새로운 길이 열리는 것을 경험하곤 한다. 그것은 마치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따라 걷는 것과 같다. 비록 그 빛이 희미할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걷다 보면 마침내 어둠을 벗어나 밝은 곳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4


거대 기업과의 싸움은 역시나 쉽지 않았다. 수많은 밤을 새우며 증거를 찾고, 법리를 다듬었다. 때로는 좌절의 순간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의뢰인의 굳은 의지를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의뢰인의 눈빛은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등불과 같았다. 마침내, 기나긴 재판 끝에 우리는 작지만 의미 있는 승리를 거두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길을 의뢰인과 함께 걸어온 셈이다. 이 사건을 통해 나는 다시 한번 깨닫는다. 진정한 승리는 결과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우리가 얼마나 치열하게 노력했는지에 달려 있다는 것을. 때로는 길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두려워하지 말라. 묵묵히 한 걸음씩 내딛다 보면, 어느새 새로운 길이 우리 앞에 펼쳐질 것이다. "도행지이성(道行之而成)", 길이 없다고 포기하지 말고 스스로 길을 만들어 가는 자에게, 결국 길은 열리기 마련이다. 그 길은 우리가 흘린 땀과 눈물로 다져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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