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탑재] 치아, 인간을 식별하는 마지막 증인
치아는 인간의 가장 단단한 기록물이다. 1200도의 화염 속에서도, 수중에서도 그 형태를 유지하는 유일한 신체 조직. 법치학(Forensic Odontology)은 이러한 치아의 특성을 신원확인에 활용하는 현대 법의학의 한 축이다.
1945년 5월, 베를린의 총통 벙커에서 발견된 치아는 역사적 미스터리를 풀었다. 소련의 법의학자 파우스트 셰카에프스키는 히틀러의 치과 기록과 발견된 치아를 대조해 그의 죽음을 공식 확인했다. 2018년 프랑스 연구팀이 모스크바에 보관된 이 치아를 재검증하며 당시 감정의 정확성을 재확인했다.
현대 법치학은 미국 법치의학회(ABFO)가 정립한 표준 절차를 따른다. 치아의 형태학적 분석, 방사선 영상 비교, 교합 패턴 분석, 치과 치료 기록 대조가 그 근간이다. 인터폴은 이를 재난 희생자 식별(DVI) 프로토콜의 핵심 요소로 채택했다.
과학의 발전은 치아가 담고 있는 정보의 지평을 넓혔다. 치아 법랑질에 포함된 스트론튬과 산소 동위원소 분석으로 개인의 성장 지역을 특정할 수 있게 되었다. 2023년 법의학 저널(Journal of Forensic Sciences)은 이 기술로 신원불명 변사자의 출신 지역을 밝혀낸 사례를 보고했다.
1948년 도쿄 재판은 법치학의 또 다른 이정표다. 미군 법의학팀의 치과의사 존 K. 라이터는 치과 기록을 통해 도조 히데키의 신원을 확실히 했다. 이는 아시아에서 법치학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최초의 사례였다.
국제치과법의학회(IAFO)는 현재 치아 감정의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다. 3차원 스캐닝, 컴퓨터 단층촬영 등 첨단 영상기술이 전통적인 치과 기록을 보완한다. 다만 이는 기존 감정 방식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보조 수단으로 활용된다.
인간의 정체성을 증명하는 마지막 보루로서 치아는 여전히 견고하다. ISO/TC 106이 정한 국제 표준에 따라, 전 세계의 법치학자들은 묵묵히 진실을 기록하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선명해지는 치아의 증언. 그것은 인간 존재의 가장 확실한 서명이다.
"Dental identification remains the gold standard for human identification in forensic science."
(치아 감정은 법의학적 신원확인의 황금기준으로 남아있다.)
- International Journal of Legal Medicine,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