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알람이 뇌를 흔들면, 우리는 기계처럼 몸을 일으켰다. 빽빽한 투두 리스트, 쉴 새 없이 깜빡이는 메신저. 그 디지털의 재촉에 떠밀려 하루를 시작했다. 서른의 우리는 넘어질 듯 달렸다. 더 빠르게, 더 많이. 효율은 우리 시대의 신이었고, 우리는 매일의 녹초가 된 몸을 제물로 바쳤다. 무언가 해냈다는 희미한 착각만이 텅 빈 하루의 끝을 위로했다.
# 마른 우물을 파는 사람들
우리는 우물을 팠다. 최신 장비와 온갖 방법론을 동원해서, 누구보다 깊고 빠르게. 삽 끝에 바위가 긁히는 소리, 이마에 땀이 흘러 눈을 찌르는 감각. 어제보다 오늘 흙을 더 많이 파냈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 그러나 아무도 묻지 않았다. 이 메마른 땅에 과연 물이 있기는 한 거냐고.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효율이란 일을 올바르게 하는 것이고, 효과란 올바른 일을 하는 것이라 했다. 우리는 ‘올바르게’ 파는 데 정신이 팔려, 이곳이 ‘마른 땅’이라는 사실을 애써 외면했는지 모른다. 잘못된 방향으로 힘껏 달리면 목적지에서 더 멀어질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 숫자가 말해주지 않는 것
우리는 숫자로 찍히지 않는 것들을 믿지 못했다. 데이터는 정직하고,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모든 것이 알고리즘으로 최적화되는 시대에, 인간의 직관이나 엉뚱한 호기심 같은 건 제거해야 할 버그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 와서야 하는 말이지만, 스티브 잡스가 대학을 중퇴하고 들었던 캘리그래피 수업만큼 쓸모없어 보이는 게 또 있었을까. 그 시간이 훗날 세상을 바꿀 줄 누가 알았겠는가. 데이터는 우리에게 가장 빠른, ‘검증된’ 길을 알려주지만, 지도 밖 어딘가에 숨어있는 예쁜 오솔길까지 보여주진 못한다. 때론 길을 잃고 헤매는 그 ‘비효율’ 속에서 진짜 ‘올바른 길’의 입구를 발견하기도 하는 법이다.
# 잠깐 멈춰 서서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그 길을 찾는 법은 아마도 속도를 내는 게 아니라, 멈추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 우선은 내가 탄 배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노부터 젓는 걸 멈추고, 먼지 쌓인 나침반을 꺼내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더 잘할까, 하는 질문을 잠시 내려놓고 ‘왜’ 이 일을 하는지 스스로에게 집요하게 물어보는 것이다. 그 질문의 무게가 우리의 방향을 바꾼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은, 당장 돈 안 되는 독서나 목적 없는 산책 같은, 쓸모없어 보이는 시간의 가치를 믿어주는 용기다. 그런 여백이 우리의 꽉 막힌 시야를 터주고 새로운 길을 슬쩍 보여준다.
결어
효율은 속도계이고 효과는 나침반이다. 우리는 속도계 바늘을 올리는 데만 급급해, 나침반이 엉뚱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살았다. 서른의 우리는 똑똑하게 실패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가장 효율적으로, 가장 빠르게, 엉뚱한 곳을 향해 달려가는 법을.
가끔은 멈춰야 한다. / 길을 잃어도 괜찮다. / 나침반이 제 방향을 찾을 때까지. / 그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