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열었다. 화면엔 경쟁사 실적 자료. 그들이 앞서면 우리는 뒤처진다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진다. 팀원들 표정에서도 읽히는 긴장감. 누군가를 이겨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전쟁터 같은 느낌이다. 승리를 위해 밤샘하고, 주말도 반납하고... 이 끝없는 경쟁의 굴레. 근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이게 정말 유일한 방식인가.
# 둘로 나뉜 게임의 세계
제임스 카스란 종교학자가 있다. 그 사람이 세상 게임을 두 가지로 나눴다. 승패가 갈리는 '제한 게임'과 참여 자체가 목적인 '무한 게임'. 축구는 90분 후 누가 이겼는지 명확한 제한 게임이다. 음악 연주는... 그건 누가 이기고 지는 게 아니라 함께 어울려 계속 발전하는 무한 게임이다.
서른 즈음의 우리들. 대부분 제한 게임의 룰에 맞춰 살아왔다. 더 높은 연봉, 더 좋은 직함, 더 넓은 집... 이런 걸 향한 경쟁. 동료보다 앞서려 밤새우고, 승진 경쟁에서 밀릴세라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것이다. 한정된 파이를 나눠 갖는 제로섬 게임과 같다.
아침 출근길에 지하철 안 사람들 표정을 한번 봐본다. 다들 어딘가를 향해 달리지만, 그 눈빛엔 끝이 보이지 않는 피로가 가득하다. 제한 게임의 아이러니다. 이겼다 싶어도 또 다른 경기를 위해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는 무한 반복이다.
# 경계를 넘어선 새로운 판
시대가 변하고 있다. 조금씩. 무한 게임의 원리가 우리 삶 중심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식 독점 대신 공유하는 오픈소스, 승패 따지기보다 같이 성장하는 코워킹 스페이스, 경쟁자 이기기보단 생태계 자체를 키우는 플랫폼 경제... 이런 것들 공통점은 한 명이 승자가 되는 게 아니라 모두가 같이 잘 되는 걸 지향한다는 점이다.
리눅스를 떠올려 본다. 전 세계 개발자들이 그냥 자기 시간 내서 기여하는 이 OS가 특정 회사 것이 아니라는 게 신기한 일이다. 누구나 쓰고, 고치고, 나눌 수 있는 공동의 자산이다. 한 사람이 뭔가 기여하면 수천 명의 일이 편해지고, 그 수천 명의 작은 개선들이 모여 더 큰 혁신이 된다. 승패 구분 없는 확장의 논리다.
AI 시대가 오면서 이런 흐름이 더 빨라지는 것 같다. 데이터를 독점하는 것보다 공유하고 연결할 때 더 큰 가치가 생긴다는 걸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깨닫고 있다. 예전엔 지식과 정보를 '가지는 것'이 핵심이었다면, 이젠 그걸 어떻게 '연결'하고 '의미'를 부여하는지가 더 중요해진 것이다.
# 무한 게임으로의 사고 전환
그럼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 제한 게임의 사고방식에서 무한 게임의 관점으로. 거창한 건 아니고, 일상의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성공이 뭔지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다. 남과 비교해서 내가 얼마나 앞섰나가 아니라, 어제의 나보다 얼마나 성장했나를 보는 것이다. 매일 저녁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오늘 내가 세상에 뭔가 보탰나?' 이런 질문. 이게 무한 게임의 첫걸음이다.
또, 협력할 기회를 찾아보는 것도 좋다. 경쟁자로만 봤던 사람들과도 같이 성장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업계 모임에서 평소 라이벌로만 생각했던 사람이랑 진짜 대화를 나눠보면 의외로 시너지가 생길 때도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론 좀 더 긴 호흡으로 보는 것이다. 당장의 승리나 이익보단 오래 가는 가치와 신뢰에 초점 맞추기. 단기적으론 손해 보는 것 같아도, 시간 지나면서 더 큰 흐름을 만드는 선택들이 있는 것이다.
퇴근길에 문득 하늘 보니까 그런 생각이 든다. 별들은 서로 경쟁하지 않는다. 그냥 각자 위치에서 빛을 내면서 함께 밤하늘을 만든다. 우리 삶도 그럴 수 있다. 꼭 누군가를 이겨야만 빛나는 게 아니라, 그냥 자기 자리에서 제 빛을 내면서 더 큰 아름다움을 함께 만들어가는... 그런 여정이다.
승리를 위한 경주에서 참여의 기쁨을 아는 길로. / 한정된 자원 차지하는 경쟁에서 무한한 가능성 만드는 협력으로. / 넌 지금 어떤 게임 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