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쓴소리’가 조직의 무기가 될 때

by 조우성 변호사


금요일 오후 4시, 기획 2팀 주간 회의. 공기가 무겁다. 팀장이 야심 차게 내놓은 신규 앱 프로모션 기획안 때문이다. 회의실에 모인 10여 명의 눈빛이 복잡하다. 김 부장은 입술이 마른다. 모두가 안다. 이 기획안은 결함이 있다.

과거 데이터가 명백한 실패를 가리킨다. 투입될 예산은 과도하다. 개발팀의 리소스는 이미 한계다. 그러나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다. 팀장은 승진을 앞두고 있다. 그의 얼굴에는 확신이 가득하다. 이 기획안은 그의 공(功)이 될 것이다. 반대 의견은 곧 '저항'으로 읽힐 것이다. 관계의 균열을 감수해야 한다.


"다들 이견 없죠? 그럼 이대로 진행합니다."


팀장의 목소리가 정적을 깬다. 사람들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다. 김 부장은 모니터만 바라본다. 지금 말해야 한다. 이 프로젝트는 3개월 뒤 처참한 실패로 돌아올 것이다. 그때는 모두가 공범이 된다. 침묵할 것인가. 입을 열 것인가. 이것이 현실이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이 상황의 본질은 간단하다. '조직적 침묵'이다. 우리는 이 순간을 매일 경험한다. 본질을 구성하는 요소는 세 가지다. 첫째, 권위의 무게다. 리더의 확신은 반론을 억압한다. 둘째, 관계 파괴에 대한 두려움이다. 합리성보다 정서적 안정이 우선시된다. 셋째, 책임 회피의 유혹이다. 침묵하면 최소한 '오늘'의 나는 안전하다.

이 모든 두려움이 하나의 결론을 만든다. '용기 있는 직언'의 부재다. /침묵은 편안하다. 그러나 조직은 그 침묵 위에서 무너진다./ 모두가 예스(Yes)라고 말할 때, 시스템의 균열을 지적하는 목소리. 조직은 그 목소리로 생존을 도모한다.


사마천은 『사기』에서 「순리열전(循吏列傳)」을 따로 남겼다. '순리'란 법과 원칙, 이치를 따르는 관리들이다. 이들은 혁명가가 아니었다. 난세를 뒤엎는 영웅도 아니었다. 그들은 시스템 안에서 묵묵히 제도를 지키는 실무자였다. 그러나 그들은 맹목적으로 복종하지 않았다.

"황제가 틀린 명을 내렸다. 순리(循吏)는 절차를 따졌다. '법에 맞지 않습니다. 원칙에 어긋납니다. 실행할 수 없습니다.' 목이 달아날 수 있는 순간이다. 그는 굽히지 않았다. 황제는 노했으나, 결국 그의 말을 따랐다."

이것이 순리의 방식이었다. 그들은 황제의 권위에 도전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법'이라는 시스템의 붕괴를 막으려 했다.


왜 그들은 굽히지 않았는가


순리들의 행동은 단순한 반골 기질이 아니다. 그들은 알았다. 리더의 잘못된 결정 하나가 국가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음을. 그들에게는 더 큰 두려움이 있었다. 자신의 안위보다 조직의 파멸이 더 무서웠다. /그들의 직언은 파괴가 아닌, 수호(守護)를 위한 것이었다./ 그들은 조직의 '면역 시스템'이었다.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기꺼이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백혈구였다.


이것은 리더십의 근본적인 딜레마다. 동양의 한비자(韓非子)는 '망징(亡徵)', 즉 멸망의 징조를 말했다. 그중 하나가 '군주의 잘못에 신하가 침묵하는 것'이다. 모두가 입을 닫은 조직은 이미 죽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서양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이를 '지적 정직성(intellectual honesty)'이라 불렀다.

"사마천은 원칙을 지키는 순리를 기록했다. 한비자는 침묵을 멸망의 징조라 했다. 서양에서 피터 드러커는 이를 지적 정직성으로 정의했다. /리더가 듣고 싶은 말이 아닌, 들어야 할 말을 하는 것이 경영의 핵심이다./"


침묵의 비용, 직언의 가치


오늘날 이 원리는 '심리적 안정감(Psychological Safety)'이라는 용어로 나타난다. 구글이 성공의 핵심 요인으로 F꼽은 그것이다. 많은 이들이 이를 '편안한 분위기'로 오해한다. 아니다. 진정한 심리적 안정감은 다르다. /진정한 심리적 안정감은 '쓴소리'를 해도 관계가 깨지지 않는다는 믿음이다./

물론 이런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리더의 첫 번째 의무다. 그러나 사마천의 통찰은 구성원에게 향한다. 김 부장에게 향한다. 조직은 리더의 그릇만큼 크다. 하지만 /조직은 리더의 그릇만큼 크지만, 구성원의 용기만큼 단단해진다./ 리더가 귀를 열지 않아도, 구성원은 입을 열어야 할 때가 온다.


용기는 기술이다


직언은 감정의 폭발이 아니다. 그것은 고도의 기술이다. 순리들은 불만을 터뜨리지 않았다. 그들은 법과 데이터를 근거로 제시했다. 목적은 리더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결정을 돕는 것이다.

회의실의 김 부장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용기가 아니다. '기술적 용기'다. 그는 반대자가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는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21세기의 순리가 되는 법이다.


내일 실천할 3가지

구분하라: '사실(Fact)'과 '의견(Opinion)'을. 직언은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라는 감정이 아니다. "A 데이터에 따르면, 이탈률이 30% 증가할 것입니다"라는 사실로 시작해야 한다. (10분 내 팩트 정리)


질문하라: "반대합니다"라고 선언하지 마라. "팀장님의 목표는 이해했습니다. 다만, 이 부분의 리스크는 어떻게 검토하셨습니까?"라고 질문하라. (기대 효과: 방어기제 해제)


선언하라: 사적 감정이 없음을. "팀의 성공을 위해 말씀드립니다"라는 한마디로 공통의 목표를 상기시켜라. 이것이 당신의 직언을 '공격'이 아닌 '조력'으로 만드는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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