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청과 곽거병:리더의 불안을 제거하고 신뢰를 얻는 기술

by 조우성 변호사


수요일 오후 2시. 전략기획팀 최 팀장의 모니터에는 두 개의 이름이 떠 있다. A안과 B안이다. 다음 분기 핵심 신사업 TF의 리더 자리다.

A안은 '박 차장'. 소위 '사장 라인'으로 불린다. 입사 동기지만, 박 차장은 늘 핵심 보직을 거쳤다. 성과는 그저 그렇다. 그러나 조직 장악력과 충성심은 검증된 인물이다. B안은 '김 과장'. 최 팀장이 아끼는 실무 에이스다. 최근 3년간의 성과는 김 과장이 다 냈다. 문제는 그가 '외부 영입' 출신이라는 점이다. 학연도, 지연도 없다. 오직 실력 하나로 버텨왔다.


최 팀장은 김 과장의 실력을 믿는다. 그러나 망설인다. '이 큰 프로젝트를 맡겼을 때, 김 과장이 자기 사람을 심거나, 성과를 독식하려 들지 않을까.' '결정적 순간에 내 지시를 따를까.' '혹은, 더 좋은 조건이 오면 떠나지 않을까.' 이것은 실력의 문제가 아니다. 예측 가능성에 대한 불안이다.

결국 마우스 커서가 A안으로 향한다. 박 차장이 결정된다. 김 과장은 또다시 좌절한다. 이것이 조직의 현실이다. 당신이라면 이 구도를 어떻게 뚫겠는가.


능력자의 함정


우리는 이 상황을 '불공정'이라 부른다. 혹은 '사내 정치'의 폐해라고 말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현상일 뿐, 본질이 아니다.

이 갈등의 본질은 '실력'과 '라인'의 대결이 아니다. /그것은 리더가 감수해야 할 '위험(Risk)'과 '불안'의 문제이다./ 리더는 실력 있는 부하를 원한다. 동시에, 자신을 위협하지 않을 부하를 원한다.

이 본질은 세 가지 요소로 압축된다.


첫째, 예측 불가능성이다. '라인'에 속한 인물은 행동 패턴이 읽힌다. 그는 조직의 생리를 안다. 그러나 '외부자'는 다르다. 그의 야망의 크기와 방향을 가늠할 수 없다.

둘째, 통제 불가능성이다. 리더는 자신의 권한이 위임한 부하에 의해 잠식당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셋째, 이탈 가능성이다. 실력이 뛰어날수록, 그는 언제든 떠날 수 있는 '대체재'를 가진 셈이다.

/결국 신뢰란, '저 사람은 내 사람이 맞는가'라는 리더의 원초적 질문에 대한 답이다./ 실력만으로는 이 질문에 답할 수 없다.


궁궐의 노예, 대장군이 되다


이천 년 전 한(漢)나라. 무제(武帝) 유철은 북방의 흉노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때, 한 인물이 혜성처럼 등장한다. 위청(衛靑)이다.


그의 시작은 비참했다. 누이는 궁궐의 노래하는 노비였고, 자신은 황제의 누나 집에 딸린 노예였다. 그런 그가 누이 위자부(衛子夫)가 황제의 총애를 받으며 일약 장군으로 발탁된다.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외척(外戚)이라 수군거렸다. 황제 역시 그를 시험했다.

위청은 출정할 때마다 황제가 하사한 장수들 외에, 자신의 사사로운 빈객(賓客)을 단 한 명도 군중에 두지 않았다. 그는 공손하고 겸손했다. 늘 병사들보다 자신을 낮췄다.


그의 조카 곽거병(霍去病)은 정반대였다. 18세에 장군이 된 그는 오만하고 거침없었다.

곽거병은 황제가 하사한 고기 수레를 버려둘지언정, 굶주린 병사들에게 나눠주지 않았다. 황제가 지어준 저택을 보고는 "흉노를 격파하기 전까지 집은 필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두 사람은 극과 극이었다. 그러나 무제는 두 사람에게 모든 군권을 맡겼다.


핏줄이 아닌, 불안의 제거


왜 무제는 그들을 신뢰했는가. 핏줄 때문이었을까. 천만의 말이다. /역사상 외척은 황제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였다./ 무제는 그 누구보다 외척을 경계했다. 그들의 등장은 '신뢰'가 아니라 '의심'에서 시작됐다.

그들이 황제의 칼이 된 비결은 다른 데 있다.


첫째, 그들은 리더의 불안을 정확히 제거했다.

겸손한 위청은 끊임없이 자신을 낮췄다. 그는 사사로운 세력을 만들지 않았다. 모든 공을 황제에게 돌렸다. '나는 당신의 권력을 넘볼 생각이 추호도 없다'는 무언의 메시지였다. 오만한 곽거병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오직 '흉노 격멸'이라는 황제의 목표에만 미쳐 있었다. 사적인 관계나 부하들의 복지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두 사람의 스타일은 달랐다. /그러나 그들의 야망이 오직 황제의 야망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완벽히 동일했다./ 그들은 실력으로 승리했고, 행동으로 충성을 증명했다. 이것이 핵심이다.


둘째, 그들은 '대체 불가능한 무기'가 되었다.

사마천은 『사기』에서 말한다. 당시 명문가 출신 장군 이광(李廣)은 유능했지만, 늘 불운했다. 반면 위청과 곽거병은 '하늘이 도왔다(天幸)'고 적었다. 이것은 운이 아니다. 동양의 손자(孫子)는 '승리하는 군대는 이길 수밖에 없는 태세(勢)를 만든다'고 했다. 위청과 곽거병은 이기는 싸움만 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황제의 의중을 정확히 꿰뚫고, 그가 원하는 그림을 정확히 만들어냈다.

서양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지식 근로자는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청과 곽거병은 스스로 '황제의 목표'를 자신의 유일한 목표로 설정했다. /신뢰란 '저 사람이 나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아니다. '저 사람의 이익과 나의 이익이 정확히 일치한다'는 확신이다./ 오늘날 조직에서 '라인'이 강한 이유는, 그들이 실력보다 이 '이익의 일치'를 더 명확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당신의 무기는 실력이 아니라 '신뢰'다


당신이 만약 '김 과장'의 위치에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실력이 뛰어나다고 인정받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당신의 리더 '최 팀장'의 불안을 제거해야 한다.

당신의 실력이 조직의 목표가 아닌, 당신의 개인적 야망을 위해 쓰일 수 있다는 의심.

당신의 능력이 리더인 자신을 뛰어넘어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불안.

이것을 제거하지 못하면, 당신은 영원히 '위험한 외부자'로 남는다.

핏줄과 학연이 없는가. 그것은 약점이 아니다. 오히려 기회다. 당신은 '사사로운 세력이 없음'을 증명할 가장 강력한 후보다. 당신의 충성심은 오직 조직과 리더에게만 향할 수 있음을 보여줄 기회다. 실력은 기본이다. 신뢰는 전략이다.


내일 실천할 3가지 행동 지침

'공(功)'을 상사에게 돌려라. (행동) 성과 보고 시, 당신의 기여(I) 대신 상사의 지시(You)를 강조하라. "팀장님의 1월 지시 덕분에 이 성과가 가능했다." (효과) 당신의 실력이 상사의 통제하에 있음을 증명한다.


'사적인 야망'이 없음을 증명하라. (행동) 회의 석상에서 당신의 의견을 말할 때, 반드시 '팀의 목표' 또는 '회사의 비전'을 인용하라. "우리 팀의 2분기 목표 달성을 위해 이 방안이 필요하다." (체크) 사적인 의견(My opinion)이 아닌, 조직의 목표(Our goal)를 근거로 삼았는지 점검하라.


상사의 불안 요소를 먼저 보고하라. (행동) 업무상 작은 문제라도 발생 즉시(1시간 내) 보고하라. 상사가 남을 통해 듣게 하지 마라. (효과) 당신이 통제 불가능한 변수가 아님을 각인시킨다. 이것이 예측 가능성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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