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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되지 않는 영토 - 몸이 허락하지 않을 때

by 조우성 변호사

[당연함의 무게](1) 통제되지 않는 영토 - 몸이 허락하지 않을 때

계단을 오르는 것은 다리를 번갈아 들어 올리는 단순한 동작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각 없이 계단을 오른다. 그러나 심장질환 환자에게 3층은 에베레스트다. 심장이 충분한 피를 보내지 못하면 다리 근육은 산소를 얻지 못한다. 숨이 가빠지고 가슴이 조인다. 2층쯤에서 멈춰 서서 난간을 붙잡는다. 젊은 사람들이 가볍게 계단을 뛰어오른다. 그들에게 계단은 그저 계단이다. 하지만 이 사람에게 계단은 넘어야 할 산이다. 심부전 환자의 절반 가까이가 일상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다. 엘리베이터가 고장 난 날, 이들은 집에 돌아갈 수 없다.

밥을 먹는 것은 씹고 삼키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혀와 목의 근육들이 음식을 입에서 식도로 보낸다. 연하장애 환자에게 식사는 질식의 공포다. 뇌졸중이나 파킨슨병으로 신경이 망가지면 근육들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물 한 모금이 기도로 넘어간다. 격렬한 기침이 터진다. 65세 이상 노인 중 15%가 이 문제를 겪는다. 가족들이 둘러앉아 식사하는 시간, 연하장애 환자는 죽처럼 갈아낸 음식을 조금씩 떠먹는다.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삼킨다. 식탁은 더 이상 즐거운 공간이 아니다. 매 끼니가 생존의 시간이다.

소변을 참는 것은 당연한 능력이다. 방광에 소변이 차면 신호가 오고, 우리는 화장실에 갈 때까지 참는다. 과민성 방광 환자에게 화장실은 세계의 중심이다. 방광이 조금만 차도 갑자기 강한 요의가 온다. 경고도 없이 찾아온다. 외출할 때는 먼저 화장실 위치부터 확인한다. 회의 중에도, 극장에서도, 지하철 안에서도 화장실 생각뿐이다. 성인 10명 중 1~2명이 이 증상을 경험한다. 밤에도 여러 번 깬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 삶은 화장실 반경 안으로 좁아진다.

밝은 곳에서 일하는 것은 직장생활의 기본이다. 사무실 형광등, 컴퓨터 모니터, 창문으로 쏟아지는 햇빛은 피할 수 없다. 편두통 환자에게 빛은 고문이다. 빛이 눈에 들어오면 뇌의 통증 회로가 작동한다. 쿵쿵 박동하는 두통이 시작된다. 메스꺼움이 따라온다. 편두통은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일상생활을 방해하는 질환이다. 하지만 직장에서 이들은 "예민한 사람"으로 불린다. 선글라스를 쓸 수도 없고 어두운 곳으로 숨을 수도 없다. 형광등 아래서 눈을 찡그린 채 하루를 버틴다. 다른 사람들에게 빛은 일상이지만, 이들에게 빛은 칼날이다.

체중을 유지하는 것은 먹은 만큼, 움직인 만큼의 결과다. 먹고, 활동하고, 몸이 에너지를 쓰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균형을 맞춘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 환자의 몸은 배신한다.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하면 신진대사가 느려진다. 같은 양을 먹어도 살이 찐다. 운동해도 식사를 줄여도 체중계 숫자는 움직이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은 "의지가 약하다"고 말한다. 성인 여성 10명 중 1명이 이 병을 앓는다. 거울 앞에 선 사람은 자신의 몸을 이해할 수 없다. 몸은 말을 듣지 않는다. 통제권은 사라졌다.

당연한 것들은 당연하지 않다. 누군가에게 일상은 전쟁터다. 우리가 의식하지 않고 수행하는 것들이, 다른 누군가에겐 불가능의 영역이다. 몸은 때로 우리를 배신한다. 그리고 그 배신은 보이지 않는다.


* 요약 인포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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