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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Oct 23. 2015

조짐과 징후에 민감하라

● 인용

 

옛적에 주(紂 ; 은나라의 폭군)가 상아로 젓가락을 만들자 기자(箕子 ; 주의 숙부)가 두려워했다.


‘상아 젓가락이라면 반드시 질그릇에 얹을 수 없으며 반드시 옥그릇을 써야 할 것이다. 상아 젓가락과 옥그릇이라면 반드시 콩잎으로 국을 끓일 수 없으며 반드시 모우(털이 긴 희귀한 소 ; 旄)牛)나 코끼리 고기나 어린 표범 고기라야만 될 것이다.


모우나 코끼리 고기나 어린 표범 고기라면 반드시 해진 짧은 옷을 입거나 띠지붕(띠풀로 지붕을 이은 보잘 것 없는 집) 밑에서 먹을 수 없으며 반드시 비단 옷을 겹겹이 입고 넓은 고대광실이라야만 될 것이다.


나는 그 마지막이 두렵다. 그래서 그 시작을 불안해 한다‘.


5년이 지나 주가 고기를 늫어놓고 포락(炮烙 ; 불에 달군 동기둥을 맨발로 건너가게 하는 극형. 여기서는 고기 굽는 숯불장치를 의미) 장치를 펼치며 술지게미 쌓은 언덕을 오르고 술 채운 연못에서 놀았다.


주는 드디어 그 때문에 멸망하였다.


기자는 상아젓가락을 보고 천하의 화근을 미리 알 수 있었다.

그러므로 노자에 말하기를 ‘작은 것을 꿰뚫어 보는 것을 가리켜 明이라 한다’고 하는 것이다.


- 유로(喩老) 편 중에서 -

 



● 생각


‘한비자’를 통털어 ‘세난편’ 만큼이나 유명한 부분이 바로 이 ‘상아젓가락’의 예화일 것이다.


동양최고의 고전이라고 일컫는 ‘주역’에서도 ‘조짐’,  ’징조’,  ’기미’를 알아채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민감한 사람일수록 작은 정보만으로도 앞날을 예측할 수 있는 통찰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어떤 결과도 한 순간에 발생하지는 않는다.

모든 ‘결과’에는 그 ‘원인’이 있으며, ‘원인’의 앞에는 미세한 ‘조짐’이 있기 마련이다.


오늘날 강조되는 ‘통찰’, ‘Insigt’ 역시 이러한 조짐을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그 다음을 예측하는 노력을 통해 길러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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