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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Sep 27. 2015

변호사가 생각하는 ‘같이 일하기 힘든 사람(?)’

“상대방이 딴 마음 먹지 못하게 계약서를 단단히 작성해 주세요.”


누군가와 동업을 하기 위해 ‘동업계약서’를 작성해 달라고 요청하는 의뢰인들이 많다.

흔한 말로 ‘동업은 절대 하지 마라’라고는 하지만 기술은 있는데 자금이 부족한 사람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자금을 가진 사람과 동업을 할 수밖에 없다. 

 

변호사로서 계약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막상 다양한 분쟁을 처리하다보면 ‘계약서’ 문구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동업하려는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다.


오랜 기간 사귀고 결혼한 후에도 서로 성격이 맞지 않아 남남이 되는 마당에 하물며 이해관계를 통해 만난 동업자 사이라면 그 관계가 깨질 확률이 더 클 것이다.  

사람의 속마음을 어찌 다 알겠는가.


동업 관련된 분쟁을 여러 건 처리해 본 기억을 더듬어, '같이 사업하지 말아야 할 사람' 내지는 '조심해야 할 사람'의 특징들을 정리해 본다.  


첫째사소한 약속(특히 돈 약속)을 잘 어기는 사람


사소한 것을 어기는 사람이 큰 것은 잘 지킬 수 있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그동안 만나봤던 사업적으로 성공한 분들은 큰 약속 못지 않게 작은 약속도 잘 지키는 분들이었다.  


둘째, '내가 누굴 아는데.', '그 양반은 내 말이면 거절 못 해.'라면서 유명한 사람과의 특별한 관계를 강조하는 사람


특히 초면에 이런 식으로 유명인과의 관계를 강조하는 사람은 자신의 부족한 점을 상대방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거창한 포장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은 행동으로 보여준다. 어떤 이들은 유명인과 만난 사진이나 명함들을 보여주면서 친분관계를 과시하기도 하는데, 정말 이런 사람치고 제대로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셋째자기가 했던 말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


기억력이 나빠서일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자기중심적인 사람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내가 언제 그랬어?’라면서 우기기 시작하면 더 이상 논리적인 대화가 힘들어진다. 또 이런 이들은 자신이 책임질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으면서도 전체적으로 일이 성사되지 않았을 경우 상대방을 비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동업을 하기 전에 몇 차례 만남을 가지면서 세심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넷째, '누구 때문에 일이 그렇게 됐지'라면서 항상 남 탓을 하는 사람


자신의 과거를 설명하면서 어떤 일이 제대로 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누군가를 거명하면서 비난하는 사람이 있다. 물론 이는 자신의 실패를 변호하기 위한 명분에서 비롯될 수도 있지만, 그 얘기 속에서 너무 자기중심적으로 타인을 비난하는 것이 감지가 되면 일단 경고등을 켜야 한다. 당신이라고 그 비난의 대상에서 예외가 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이 제대로 풀려가지 않을 때 그 비난은 곧바로 당신을 향한다.  


다섯째어떨 때는 너무 신나하다가 어떨 때는 너무 낙담하는 식으로 감정의 기복이 큰 사람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사람과는 같이 일하기 힘들다. 그 사람의 불안한 감정기복이 내게도 전해져오기 때문이다. 또 그런 사람은 대외적인 관계에서도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가 있다.  



可與共學 未可與適道(가여공학 미가여적도)

可與適道 未可與立(가여적도 미가여립)

可與立 未可與權(가여립 미가여권)  


논어 자한(子罕)편에 나오는 말이다.


“함께 배울 수는 있더라도 함께 같은 길로 나아갈 수는 없는 사람이 있다.

함께 같은 길로 나아갈 수는 있더라도 함께 이룩할 수는 없는 사람이 있다. 

함께 이룩할 수는 있더라도 함께 임기응변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共學 -> 適道 -> 與立 -> 與權의 순으로 난이도가 올라간다.


최고 난이도가 바로 '與權', 즉 일정한 룰이 없어도 상황에 따라 서로 눈빛만 보고서도 서로의 입장을 헤아려 같이 일을 처리해 갈 수 있는 경지이를 '與權'이라고 한다.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지 ‘계약서’가 하는 것은 아니니, 제대로 된 사람을 만나고 인연을 쌓아가는 데 더 고민해야 할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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