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회사는 여러 업체랑 다양한 계약을 합니다. '을'의 지위에서 계약하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어느 분이 "회사가 자주 사용하는 계약서는 전문가로부터 '표준계약서'를 만들어 두는 것이 좋다."라고 말씀을 하시던데요. 어차피 저희 회사는 '을'이라서 상대방이 '갑'으로서 계약서 초안을 던져 주는 경우가 많은데, 굳이 저희 회사 입장에서의 표준계약서를 만들어 두는 작업이 필요할까요?
'어차피 상대방인 '갑'이 계약서 초안을 보내오기 때문에 굳이 우리측의 표준계약서 안을 만들어 놓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렇진 않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납품계약'을 할 경우, '납품받는 측(갑)'과 '납품하는 측(을)'의 입장은 서로 상반됩니다. 하자담보 기간, 손해배상 범위, 지체상금 범위, 소유권 귀속 시점 등 계약상 여러 쟁점에 대해서 갑과 을은 자신에게 유리한 조항을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귀사가 '을'의 입장에서 귀사에게 유리한 표준 납품계약서를 마련하고 있을 경우, 계약 협상 중인 상대방(납품받는 측, 갑)이 계약서 초안을 보내온 다면, 이미 갖고 있는 귀사의 납품계약서와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비교 과정에서 귀사는 '아. 이 업체는 정말 손해배상 조항을 악독하게 규정했구나.'라는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표준계약서와 같은 비교 기준이 없으면 상대방이 제공하는 계약서가 얼마나 지독한 내용인지 가늠할 수 없습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계약 검토 전문가가 별도로 없을 텐데, 이러한 비교 기준조차 없으면 귀사가 얼마나 위험한 계약을 체결하는지 도저히 파악할 수 없습니다.
비교 대상이 있어야 상대방이 웃으며 들이 댄 계약서 초안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파악이 가능하고, 그에 따라 재협상을 요구하든지 읍소를 하든지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알아야 대처할 수 있고, 알아야 싸울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귀사가 주로 사용하는 계약서 3-4종에 대해서는 귀사에게 유리한 표준계약서 안을 준비해 놓으시길 권합니다.
만약 상대방(갑)이 계약서 초안을 들이밀지 않으면, 귀사는 귀사의 표준계약서를 상대방에게 제시할 수도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