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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Oct 08. 2015

겸손을 강조하는 주역의 '지산겸괘'

주역 '지산겸' 괘.

주역 64괘 중 제15괘에 해당하는 것으로 그 형태는 위에 있어야 할 산이 땅 아래에 있는 상(像)입니다.

이 괘를 얻은 이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주변을 살피어 말과 행동을 삼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합니다.
지산겸괘에는 각 효(爻)마다 색다른 겸손의 의미가 나옵니다.




▪ 謙謙 겸겸 : 그 뜻을 풀어보면 ‘겸손하고 겸손하다’인데 같은 한자를 두 번 반복해서 강조할 만큼 겸손한 군자를 의미.

▪ 鳴謙 명겸 : 그가 겸손하다는 명성이 널리 울려 퍼진다는 것. 명겸의 도리를 아는 사람은 이미 적절한 처세의 도를 깨우친 사람이며, 때로는 목적을 위해 거짓을 행하기도 하고, 화려한 연설로 사람들을 현혹시킬 수도 있는 사람이지만 잔재주가 아니라 겸양에 기반을 둔 것이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이로움을 주는 일을 하니 길할 수 있다고 함.

▪ 撝謙 휘겸 : 휘겸이란 생각과 행동이 이 세상에 걸릴 것이 없이 자유로우면서도 겸도(謙道)를 깨달아 누구에게도 폐가 되지 않는 경지를 말함.

▪ 勞謙 노겸 : 노(勞)는 ‘수거롭다’, ‘힘쓰다’라는 뜻이 있으니 노겸은 ‘수고로워도 자랑하거나 원망하지 않고 겸손하다’라고 풀이됨. 사람이 노력을 통해 얻는 겸양의 도리. 천부적으로 군자의 품성을 타고나지는 못했지만 부단히 공부하고 노력하여 謙의 道를 깨달은(困而知之) 군자가 바로 勞謙 군자임..

저는 ‘노겸’이라는 말을 참 좋아합니다.
노겸은 혁혁한 공을 세우고도 내세우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공로가 없어도 내세우고 싶어 하는 것이 보통 사람의 마음이기에, 이런 인격을 갖춘 사람은 주위를 감동시킵니다.

“논어” 옹야(雍也)편에 맹지반(孟之反)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맹지반은 노나라의 대부(大夫)인데, 노나라는 강대국 제나라와 싸우던 중 힘이 부쳐 성안으로 퇴각하고 있었습니다. 이 때 맹지반은 후퇴하는 군대의 후미에서 적의 추격을 막아내느라 제일 뒤에 쳐져 있었습니다.

전의를 상실한 채 달아나고 있는 병졸들이었으니 적의 추격에 속수무책이고, 아무도 도움의 손길을 줄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맹지반은 제일 뒤에 위치하면서 한 명의 병사라도 위험에서 구출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입니다.

나중에 아군의 성문이 가까워지자 그제서야 말을 채찍질해 정상적으로 앞 순서에 성문을 통과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그의 행동을 치하하자 그는 말하길 ‘내가 뒤에 머물렀던 것은 말이 잘 달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을 따름입니다.



요즘은 자기 PR시대입니다.
작은 것도 크게 부풀려서 자신을 알려야만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보다 큰 사람들은 ‘노겸’의 정신으로 자신을 가다듬습니다.

노력하지만(勞), 겸손한 자세를 취하는 것(謙).
오래도록 그 사람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추진력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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