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성 변호사의 Law Essay
이번 주에는 여주 교도소, 안양교도소, 서울구치소 접견을 다녀왔다.
형사건 1건은 민사건 3-4건과 맞먹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형사 사건'이야 말로 진정한 변호사로서의 내공을 쌓을 수 있는 분야다.
구속사건의 경우 의뢰인에 대한 감정적 care가 정말 중요하다. 아무리 사회에서 '잘 나가던' 사람이라 하더라도 막상 인신이 구속되는 상황이 1달 이상 계속되면 정도의 차이는 있을 지언정 누구라도 Panic 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것이 자기 자신에 대한 분노든, 아니면 자기를 고소한 사람에 대한 분노든, 끓어 오르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누구에게나 공격적이 된다. 평안하게 이야기를 하다가도 갑자기 감정이 격해져서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거나 눈물을 흘리는 등의 반응을 보인다.
'내가 한 행위가 어떻게 죄가 된단 말인가? 이게 죄라면 죄 안 될 게 어디 있느냐?'는 마음이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마다 자신은 죄를 짓지 않았다고, 그 행위는 죄가 되지 않는다고, 그래서 억울하다는 점을 설득시키려 노력한다. 변호인이 아무리 죄가 된다는 점을 설명해도 비법리적인 논거를 들이대며 이를 반박하기 때문에 애꿎은 설전이 벌어지는 경우도 많다.
설령 자기의 행위가 죄가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적어도 남에게 의심을 살 행동을 한 것 자체가, 또는 아래 사람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 자체가, 또는 앞만 보고 주위를 제대로 챙겨보지 못했다는 것 자체가 결국은 '죄'가 된 것 같다며 자책을 한다. 그리고는 이러한 상황에서 도대체 어떻게 변론을 해야만 제대로 변론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변호사와 진지한 대화를 나누게 된다. 변호인도 그제서야 차분하게 피고인과 향후 대응책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게 된다.
사람에 따라서 1단계부터 3단계를 모두 거치는 경우도 있고, 1단계에서 바로 3단계로, 아니면 2단계부터 시작해서 3단계로, 또는 바로 처음부터 3단계로 돌입하는 등 구체적인 행태는 다양하게 표출된다. 내 경험에 따르면 변호인은 피의자의 심리상태가 1, 2단계에 놓여 있을 때 신중하고 사려 깊게 접근해야 한다. 그 단계에 놓여 있는 피의자를 상대할 때는 그 피의자가 정상적인 사고를 가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 안 된다.
극도의 조급증과 우울증이 교차된 심리상태를 가진 상황이므로, 되도록 많은 이야기를 들어주고 동감을 표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심리적 공황상태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 상황에서 법리적인 얘기로 설득을 하려면 쉽지 않다는 것을 많은 경험을 통해 터득할 수 있었다.
이번 주에 서울구치소에서 접견한 의뢰인은 나에게 심한 말을 하며 불만을 표시하였다.
'왜 기대했던 보석이 재판부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았느냐'를 탓하는 것이었다.
나로서는 보석을 받아내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건만 재판부는 일단 재판을 좀 더 진행해 보고 신중하게 보석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나는 물론 보석을 장담하지는 않았으나 나의 확신에 찬 어조 때문에 그 의뢰인은 기대를 많이 했던 것 같다. 피의자들에게 기대를 주는 것도 결국은 또 다른 형벌이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렇다고 힘든 상황에 처해 있는 피의자에게 희망을 주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 한계선상에서의 변론이라는 것이 참으로 힘들다.
그 피의자 역시 접견 끝무렵에는 내 손을 꼭 붙잡고 '제가 너무 힘들어서 변호사님께 하소연한 거라고 생각해 주세요'라면서 눈물을 보였다. 정말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나는 그 사람의 변호인이다. 그 사람의 무죄 입증을 위해 끝까지 싸워야 하는 책무를 갖고 있으니 힘을 내야 한다. 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