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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Oct 13. 2015

금의환향 vs 금의야행

■ 인용


유방(劉邦)에 이어 진(秦)나라의 도읍 함양(咸陽)에 입성한 항우(項羽)는 유방과는 대조적인 행동을 취했다. 

우선 유방이 살려 둔 3세 황제 자영을 죽여 버렸다(B.C. 206). 

또 아방궁(阿房宮)에 불을 지르고 석 달 동안 불타는 그 불을 안주삼아 미녀들을 끼고 승리를 자축했다. 그리고 시황제(始皇帝)의 무덤도 파헤쳤다. 유방이 창고에 봉인해 놓은 엄청난 금은 보화(金銀寶貨)도 몽땅 차지했다. 


모처럼 제왕(帝王)의 길로 들어선 항우가 이렇듯 무모하게 스스로 그 발판을 무너뜨리려 하자 참모 범증(范增)이 극구 간했다. 

그러나 항우는 듣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오랫동안 누벼온 싸움터를 벗어나 많은 재보와 미녀를 거두어 고향인 강동(江東)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 그러자 한생(韓生)이라는 사람이 간했다. 


"관중(關中 : 함양을 중심으로 하는 분지)은 사방이 산과 강으로 둘러싸인 요충지인데다 땅도 비옥하옵니다. 하오니 이곳에 도읍을 정하시고 천하를 호령하시오소서." 


그러나 항우의 눈에 비친 함양은 황량한 폐허일 뿐이었다. 그보다 하루바삐 고향으로 돌아가 성공한 자신을 과시하고 싶었다. 항우는 동쪽 고향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부귀한 몸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은 '비단옷을 입고 밤길을 가는 것[錦衣夜行]'과 같아 누가 알아줄 것인가……." 


항우에게 함양에 정착할 뜻이 없다는 것을 안 한생은 항우 앞을 물러나자 이렇게 말했다. 


"초(楚)나라 사람은 '원숭이[沐]에게 옷을 입히고 갓을 씌워 놓은 것[沐猴而冠]처럼 지혜가 없다'고 하더니 과연 그 말대로군." 


이 말을 전해 들은 항우는 크게 노하여 당장 한생을 삶아 죽였다고 한다. 



■ 생각


금의야행(錦衣夜行) 

비단옷을 입고 밤길을 간다는 뜻. 

곧 ① 아무 보람 없는 행동의 비유. ② 입신 출세(立身出世)하여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음의 비유. 


항우의 미성숙하고 정치감각 없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유명한 대목이다.

  

“젠장, 멋지게 출세해 놓고 고향에 가서 폼 한번 잡지 못한다면 그게 무슨 재미란 말요? 어깨 힘주는 맛도 있어야지, 암 그럼...”


금의환향(錦衣還鄕 ; 비단 옷을 입고 고향에 돌아간다) 하고 싶었던 항우.

하지만 그의 판단은 그 다음 행보를 어렵게 만들었다.


항우의 이러한 낭만적인 성격은 그 후에도 어려차례 목격된다.


비단 옷을 입고 

아는 사람들 앞에서 

마음껏 뽐내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을 이겨내고 극복하는 것이 참으로 쉽지 않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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